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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경제 재도약을 위한 금융 개혁

■양준모 연세대 교수

은행권, 금융 소비자에게 '위험' 전가

부동산PF·취약차주 등 위기 부추겨

과점구조 바꿔 위험부담 능력 키우고

업권별 규제 차이·장기채 시장 개선을

양준모 연세대 교수




경제성장은 정체되고 금융시장은 불안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나오더니 새마을금고의 인출 사태가 불거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27일 기준금리를 5.5%로 올려 우리나라와의 기준금리 차이를 확대했다. 당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부동산 PF에 대한 대책으로 문제가 발생해도 대응이 가능해졌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반등의 신호가 나오고 있어 지난해부터 시작된 금융 불안감이 어느 정도 진정되는 분위기다.

새마을금고 사태도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새마을금고중앙회를 비롯한 비은행 금융기관들에도 대출해주겠다고 결정했다. 대출금리 수준도 기준 금리보다 50bp(1bp=0.01%포인트)만을 더 내는 수준으로 결정됐다. 이번 조치로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불안감도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어서 물가 상승과 환율 불안정 등 경제의 하방 위험은 사라지지 않았다. 우선 통화 당국은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정상화하지 못했다. 디스인플레이션 정책과 기저 효과로 물가 상승률은 하락하고 있으나 내용 면에서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통화 당국의 물가 안정 목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 2%지만 2021년 4월 이후 지금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를 넘었다. 6.3%까지 올라갔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 현재 2.7%로 떨어졌지만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다. 아직도 물가가 불안하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 당국이 기준 금리를 올 1월부터 3.5% 수준으로 동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가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다. 금융시장과 자산 시장의 불안으로 유동성을 계속 풀고 있지만 억제됐던 공공요금이 상승하고 유가가 다시 오른다면 연착륙하는 경기가 장기 불황으로 전환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높은 기준 금리에도 불구하고 2023년 2분기 경제성장률이 2.4%로 예측되는 반면 우리나라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0.9%, 수출 증가율은 -0.6%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외환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미국의 대공황이나 글로벌 금융 위기, 그리고 우리나라 외환 위기의 공통점은 금융 시스템의 부실이었다. 금융 시스템의 개혁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다. 반복되는 금리 문제도 불합리한 금융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금융 시스템의 문제가 대공황 시절 은행의 주식 투자와 부실 자산, 글로벌 금융 위기 시 은행들의 과도한 부채였다면 현재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의 문제는 은행이 위험을 부담하지 않고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데 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에서 금융기관의 행태는 실망스러웠다. 장기 프로젝트에 자금을 단기로 대출해 영업하는 행위는 금융기관의 기간 전환 기능을 외면한 것이었다. 금융기관은 언제든 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금융기관이 자금을 회수하면 장기 프로젝트는 망한다. 부동산 PF의 문제도 안정적으로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발생했다.

은행의 위험 부담 능력을 높이기 위해 은행의 영업권을 보호하고 은행의 대형화를 추진했지만 은행권은 위험을 부담하지 않는다. 취약 차주는 비은행 금융기관에 내몰리고 위험 부담 능력이 떨어지는 비은행 금융권이 더 큰 위험을 부담한다. 금융권은 자신의 위험 부담 능력에 따라 위험을 부담하고 안정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금융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금융 개혁은 은행의 과점 구조 개선에서 출발한다. 금융기관들은 위험 부담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국고채 중심의 장기 채권시장도 변해야 한다. 업권별 규제 차이도 개선돼야 한다. 금융 시스템의 개혁으로 경제가 외부 충격에 강건해지고 금융이 합리적 투자 활동을 지원하게 돼 경제가 도약할 수 있게 된다. 경제 재도약을 위해서는 금융 시스템 개혁이 최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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