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베이비박스, 여러 사회문제의 결과로 떠오른 부표같은 것”

김윤지 비투비 대표 인터뷰

'베이비박스 없는 세상' 목표로 '품'·'옥토포수' 운영

위기부모 지원, 자립 목표로 한 동기부여에서 시작

베이비박스로 오기까지 배경 이해할 수 있어야

출생 미신고, 영아유기 근본적 원인에 대한 대책 필요

김윤지 비투비 대표. 이호재 기자




2015년부터 2022년 사이 태어났지만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출생 미신고 아동’이 2123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경찰이 수사를 의뢰한 아동은 1095명이며 그 중에서도 ‘베이비박스 등 유기’는 601명에 달한다. 베이비박스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아기를 두고 간 부모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어떤 상황이 있어서 그 결정을 내렸을지’ 이해하는 관용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지난 24일 서울경제는 김윤지 비투비 대표를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2016년 ‘베이비박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맡길 수밖에 없는 사회 안전망 밖에 놓인 청년과 학교 밖 청소년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비투비는 위기 부모의 자립과 위기 임신 지원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 ‘옥토포수’와 ‘품’을 운영하고 있다.

다음은 김윤지 대표와의 일문일답.

-옥토포수와 품은 어떤 플랫폼인가요?

='옥토포수'는 위기 부모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플랫폼이에요. 사회 안전망 밖에 있는 부모들이 위기 상황을 넘기더라도, 궁극적으로 자립하지 않으면 이 위기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어요. 미혼모 자립 지원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는 이유는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봤어요. 일 하고 싶은데 막상 일을 하면 기초수급이 끊길까봐 두려워 첫 출근 날 아예 잠수를 타는 경우도 있고요. 취업 장려 지원 제도가 있는데 그걸 어떻게 신청해서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개인이 ‘옥토포수’라는 플랫폼에 들어와 자신의 나이, 아기의 개월 수 등을 입력 하면 지원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볼 수 있어요. 일을 할 경우 총 소득이 더 늘어난다는 것도 그래프와 캘린더 등으로 볼 수 있습니다. 비투비는 한부모가족 친화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들과 업무 협약을 맺어 일자리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고 있거든요. 동기부여가 된 부모들은 이런 기업들에 채용 지원을 할 수 있습니다.

김윤지 대표가 24일 비투비 사무실에서 플랫폼 ‘옥토포수’를 소개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위기임신 지원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

=‘품’이라는 플랫폼은 기존에 있는 사회적 자원들을 쉽고 빠르게 잘 연결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어요. ‘품’은 베이비박스에 들어오는 아기들을 근본적으로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모두가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버린다’고 했던 부모들이 실제로는 30%나 아기를 다시 데려갔어요. 이 부모들이 임신 사실을 알고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인터넷으로 나랑 아기랑 어떻게 살아갈지 옵션에 대해 찾아보는 것이었고요.



임신부터 베이비박스에 들어오기까지 그 9개월의 기간이 베이비박스로 들어오는 흐름을 바꾸기 위한 골든타임인데 그때 효과적인 개입을 하면 이 물길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부모들이 어디서 앞으로 살 길을 찾을 수 있는지, 그 정보를 쉽게 한 번에 찾을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통신비가 없어서 상담 기관에 아예 전화를 하지 못하고 기관에 전화를 걸자마자 끊는 경우가 있다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보통 공기계를 가지고 다니면서 인터넷 연결은 하거든요. 휴대폰이 없으면 PC방에 가거나 와이파이 연결은 할 수 있으니까 직접 앱을 통해 상담 신청을 할 수 있게끔, SOS 긴급 연락망의 경우 누르면 각종 도움이 필요한 곳에 바로 전화를 할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비투비 지원을 받는 부모들, 혹은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두고 가게 된 부모들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을까요?

=베이비박스가 처음 만들어진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베이비박스를 찾은 부모들의 상담일지 1000여명 분량을 분석해봤을 때 8가지 정도의 상황이 있었어요. 청년 빈곤 상태에 처해 있었고, 주거가 불안정해서 모텔 방이나 고시원에 살거나 심지어 차 안에서 아기를 몇 달 키우다가 오는 경우도 있었어요. 혹은 비혼 한부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이 두려운 경우, 아기나 부모가 장애가 있는 경우, 부모가 건강 이상이 있는 경우 등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놀랐던 부분은 혼인 관계로 설명되는 ‘전형적인 가족상’이 아닌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베이비박스에 가는 경우가 전체의 최소 20.8%에 달했다는 내용이에요. 우리 사회가 전형적인 가족상에 맞지 않는 관계에 대해 굉장히 큰 사회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 충격이었죠. 이 외에 성폭행 등으로 인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경우, 성에 대한 지식이 놀라울 정도로 없는 경우 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요소들이 중복돼 있는 경우에 베이비박스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예를 들면 ‘집안이 굉장히 어려운 집 청소년인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집단 강간을 당해 임신이 됐고, 부모님에게는 얘기하지 못하고 아기를 낳았는데 아기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경우’ 이런 케이스가 있어요.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두고 가는 부모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베이비박스 프로젝트 데이터를 공유했을 때 구성원들이 다들 ‘과연 이 상황에 똑같이 처해 있을 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고 했어요. 베이비박스나 영아 유기는 그보다 앞서 정말 많은 사회 문제들이 일어나고 나서 결과적으로 떠오른 부표 같은 결과인데 보통은 그 결과만 보고 비난하는 거죠. 대부분은 자라면서 가정과 학교 울타리 밖에 있었고, 어른이 돼서는 사회 안전망 밖에 있는, 그런 상태에서 부모가 된 청년들이었어요. 이 부모들의 결정 이면에 어떤 상황들이 있었을지 이해하고자 하는 관용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대책이 더 필요할까요

=왜 출생 신고를 할 수 없었나, 왜 영아 유기를 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까지 보고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이나 정책부터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은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서 아동이, 미래 세대가 어떻게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냐에 집중해야 하잖아요. 근본적으로 가정 폭력, 학교 밖 청소년, 빈곤 청년들에 대해 총체적으로 들여다보고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