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주년을 맞은 그룹 인피니트가 팬들 곁으로 돌아온다. 숱한 명곡을 남긴 이들의 컴백은 단순히 3세대 아이돌의 반가운 컴백이라고만 정의하기엔 아깝다. '추격자', '파라다이스', '라스트 로미오' 등 특유의 웅장하고 꽉 찬 사운드를 선보이던 이들이 5년 만의 신곡으로 보여줄 매력은 무엇일까.
31일 서울 서초구 더 리버사이드호텔에서 그룹 인피니트(INFINITE)의 미니 7집 '비긴(13egin)'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멤버 김성규·장동우·남우현·이성열·엘·이성종이 참석해 앨범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피니트의 신보는 지난 2018년 발매한 정규 3집 '탑시드(TOP SEED)' 이후 약 5년 만이다. 각자 입대·연기·솔로 활동 등으로 분주하게 지냈던 여섯 멤버는 오랜만에 완전체로 뭉쳐 가요계에 컴백하게 됐다.
우현은 "손꼽아 기다렸던 시간이다. 저는 인피니트라는 그룹을 정말 사랑한다. 한 멤버로서 자부심도 있고, 자신도 있다. 이번 컴백 정말 열심히 준비했으니 많이 사랑해달라"고 컴백 소감을 전했다.
성열은 "긴장을 많이 하면 잠을 잘 못 자는 스타일이다. 어제도 긴장돼서 거의 밤을 새고 왔다"며 오랜만의 컴백에 떨리는 마음을 전했다.
신보 '비긴'은 올해 초 완전체 활동을 위해 리더 김성규를 주축으로 '인피니트 컴퍼니'를 설립한 이들이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내딛는 첫 발걸음을 알리는 앨범이다. 앨범명의 'B'는 인피니트 데뷔 13주년을 맞아 숫자 '13'으로 표기해 뜻을 더했다.
성규는 "올해 13주년을 맞이해서 재미있게 표현해봤다. '비긴' 타이틀을 지은 이유는 정말 오랜만의 컴백이라서, 또 저희가 회사를 만들고 처음으로 시작을 알리는 앨범이라는 의미다. 이번 앨범은 고민이 많았다. 그동안의 우리의 색깔을 잘 간직하면서, 또 어떻게 트렌디함을 보여줘야 하나, 이런 고민을 많이 했다. 그동안의 색은 유지하되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앨범 전체적으로 열심히 작업한 앨범이다"고 설명했다.
우현은 "저는 예전부터 우리가 프로듀싱해서 앨범을 만들자고 항상 이야기해왔는데, 오늘 딱 결실을 맺은 거 같다"며 "인피니트로서 우리끼리 앨범을 프로듀싱 했을 때 과연 어떤 음악이 나오고 어떤 색깔로 많은 팬, 대중에게 인사드릴지에 대한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다. 이번 앨범은 누구의 독단으로 이뤄진 것도 아니고 여섯 명들이 머리를 맞대고 굉장히 고민하면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2008년 '다시 돌아와'로 데뷔한 이들은 'BTD', '내꺼하자', '파라다이스', '남자가 사랑할 때', '추격자', '라스트 로미오', '배드' 등 2010년대 3세대 아이돌의 아이덴티티가 느껴지는 명곡을 다수 남겼다. 인피니트 특유의 중독적인 멜로디와 멤버들의 개성 있는 보컬로 곡은 당시에도 인기가 많았지만, 최근에도 '숨듣명', '슬픔의 케이팝 파티' 등에서 빠질 수 없는 보이 그룹 명곡으로 꼽히곤 한다.
그들이 들고 나온 이번 타이틀곡 '뉴 이모션스(New Emotions)'는 기존의 인피니트가 보여주던 꽉 찬 멜로디, 꽉 찬 퍼포먼스를 그대로 답습한 곡은 아니다. 인피니트는 13년의 관록을 극대화한 '절제미'를 보여주겠다는 목표다. 3세대 아이돌로는 유키스의 다수 곡, 최근 아이돌로는 아이브의 곡 '일레븐'을 작곡한 작곡가 겸 프로듀서 라이언 전이 작곡했다.
우현은 "말 그대로 '새로운 느낌'이다. 이 노래를 들으시면 '인피니트가 굉장히 새로운데?'라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저 또한 그랬다"고 귀띔했다. 그는 뮤직비디오 시사 후 자리에서 일어나 "됐다, 됐다, 인피니트 너무 멋있다"며 흡족한 마음을 드러냈다.
기존의 인피니트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보니 멤버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성열은 처음 반대표를 냈고, 성종도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멤버들은 다들 곡의 강한 중독성에 매료돼 도전을 선택했다.
성종은 "인트로부터 흥미롭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강한 곡이다. 멤버마다 다른 보컬 색을 합친 매력적인 곡이다"며 "저희가 했던 것과 조금 다른 색이지만, 들을수록 중독성이 강해서 '인피니트스러운' 중독성 강한 노래가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성열은 "저는 이 곡을 타이틀 곡으로 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 반대했다. 가사에 '붕 떴지'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그걸 잘 생각해보면 '붕 떠서 날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가사를 따라갈까봐 반대했다. 그런데 성규 형이 '빵 떴다'라고 생각해보라고 해서 들어보니 딱 꽂혔다. 새로운 도약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찬성으로 바꿨다"며 웃었다.
성규는 "저희가 그동안 보여드렸던 인피니트 하면 생각나는 쨍한 고음, 그런 곡들은 아니다. 제가 멤버들에게 곡을 추리고 추려서 열 곡 정도를 멤버들에게 보내 주고, '이틀동안 들어보고 좋은 걸 골라보자'라고 말하며 함께 들었다. 그런데 다음날 제가 열 곡 중에 이 곡만 따라 부르고 있더라. 머릿속에 이 곡만 남은 것"이라며 "굉장히 중독성 있는 노래고, 또 이 노래에서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뉴 이모션스'를 타이틀 곡으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퍼포먼스 역시 앞서 인피니트가 보여줬던 '칼군무'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직선적인 안무 대신 웨이브를 살렸고, 아련한 표정 연기도 살렸다. 절제된 곡에 따른 절제된 안무로 나른함, 섹시함을 보여주겠다는 목표다.
동우는 "지금까지 굉장히 각 잡히고 파이팅 넘치는 그런 안무를 해서 '칼군무'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왔다. 이번에는 남자의 여유로움에서 나오는 섹시미를 강조했다. 고급 향수의 은은한 향. 와인으로 치면 숙성되어 농후한 맛이 나는 인피니트의 퍼포먼스 맛이다"며 현장에서 직접 포인트 안무를 선보이기도 했다.
성규는 "제가 생각했을 때 우리의 정체성에서 칼군무를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사실 저희가 예전에 활동할 때처럼 선을 이용한 안무나, 팔을 많이 뻗거나, 그런 안무보다는 느낌 위주의 안무가 많더라. 인피니트의 선을 보여줄 수 있으면서 딱딱하지 않고 그루브하게 가고 싶었다"며 "후렴구에서는 우리의 색을 보여주고, 벌스에서는 인피니트 최초는 아니지만 페어 안무를 많이 넣었다. 인피니트 군무의 초점이 단체에 있었다면 이번에는 각자 하나하나 자기의 색을 확실히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앨범에는 이밖에도 새로운 시작과 13주년을 기념하는 곡인 '인트로 : 13(Intro : 13)', 팬덤 인스피릿에 대한 진심을 담은 곡인 '시차'와 '아이 갓 유(I Got You)', 과거를 추억하고 새로운 미래를 기약하는 '파인드 미(Find Me)' 등 각자의 서사를 담은 다섯 곡이 수록됐다.
'인트로 : 13(Intro : 13)'에 대해 동우는 "베이스가 굉장히 강하고, 우퍼가 센 곳에서 듣기를 권장한다. 앨범명답게 또 다른 시작을 예열하는 느낌으로 제일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우현은 '시차'를 두고 '가장 인피니트스러운 곡'이라고 설명했다. 우현은 "'시차'라는 노래가 가장 인피니트와 닮아 있는 노래 같다. 가사도 그렇고 사운드도 그렇다. 그러나 '뉴 이모션스'로 타이틀을 한 이유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새로운 인피니트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어서다"고 밝혔다.
성규 역시 "우현 씨와 함께 모니터링 했을 때 '시차'를 두고 '진짜 우리스럽다'고 말했다. 곡 전개도, 가삿말도 그렇다. 그러나 이걸 타이틀 곡으로 하지 않은 이유는, 앨범 대표 곡은 익숙한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움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파인드 미'에 대해서도 "인피니트 음악의 정체성을 말 할때 록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마주보며 서 있어' 등 발라드도 록 발라드다. 인피니트 표 서정적인 록 발라드가 살아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13주년을 맞이한 인피니트가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멤버들의 의지에 있다. 5년의 공백기를 무사히 이겨낸 배경에는 멤버들의 서로를 향한 믿음과 그룹 활동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그룹 활동을 위해 회사까지 차린 이들의 열정에 무엇이 더 모자라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성종은 "활동을 준비하며 정말 행복했다. 이 자체가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 멤버들이 안무 레슨 할 때 30분 1시간씩 일찍 오더라. 다들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 싶어서 저도 형들 따라 일찍 와서 미리 몸도 풀고 연습도 하면서 수월하게 진행됐다. 또 성규 씨가 리더여서 너무너무 감사하고, 성규 형 덕분에 더 빨리 모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자리 빌어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멤버들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동우는 "단체 활동은 각자 활동하며 키운 개인 역량을 합쳐서 시너지를 내는 활동"이라며 "멤버들이 '단체 활동은 무조건 하자'라는 마인드로 통합돼 있었기 때문에 단체 활동이 가능했다. 멤버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우현 역시 "어릴 때는 늘 같이 있어서 몰랐는데, 지금은 스케줄이 끝나고 집에 가서 씻을 때 '오늘도 멤버가 내 옆에 있어줘서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멤버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멤버들을 모은 주축인 리더 성규는 인피니트 컴퍼니를 차리고 울림 엔터테인먼트로부터 상표권을 양도 받은 배경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성규는 멤버와 함께 또 혼자서 5번 정도 이중엽 대표와 면담하며 활동 계획과 의지 등을 전했고, 마지막으로 멤버들과 다함께 방문해 이 대표로부터 상표권을 양도 받았다.
성규는 "이중엽 대표님이 '4월에 네 생일이지. 내가 네 생일 선물로 (상표권) 줄게!'라고 하셨다. 정말 너무 감사했다. 대표님도 정말 응원한다고 해 주셨다. 잘 이겨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응원도 해 주셨다"고 밝혔다.
그룹 활동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활동도 자주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개인 활동으로 바쁘게 지내는 멤버들이지만, 회사도 설립한 만큼 시간을 잘 조율해 팬들의 부름에 응답하겠다는 계획이다.
동우는 "오래 기다랴주신 만큼 자주 찾아뵐 것이다. 인피니트 컴퍼니를 설립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꾸준히라는 말은 당연하고, 여러분들이 사랑과 관심을 주시는데 저희가 멈출 수 없지 않겠나. 인피니트 컴퍼니 김성규 대표를 필두로 해서 구성원들이 함께 매번 노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현은 "서울 콘서트를 끝낸 뒤 아시아로 가서 많은 팬을 만나뵐 예정이다"고 언급했다. 이에 동우는 "예상보다 많은 나라에서 주문이 들어와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고 느낀다. 앞으로도 많이 연락해달라"며 웃었다.
성규 역시 "저는 회사를 만든 입장이어서 멤버들만 스케줄이 된다면 일 년에 한 번이고 두 번이고 앨범 계속 낼 생각이다. 할 수만 있다면야 많이 하고 싶다. 아마 꾸준히 앞으로도 인사 드리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피니트의 미니 7집 '비긴'은 이날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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