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의 끝은 서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강한 것만 강한 게 아니니까요." (형원)
몬스타엑스 셔누와 형원의 첫 유닛 '셔누X형원'이 베일을 벗었다. 지난 25일 발매된 미니 1집 '디 언씬(THE UNSEEN)'은 셔누와 형원이 지난 8년간 몬스타엑스로 활동하며 쌓아온 내공을 꾹꾹 눌러담아 농익은 색채를 띠고 있다.
"몬스타엑스 이름도 걸려 있기 때문에 부담감을 가지고 있고, 몬베베(팬덤명) 분들에게 팀 외적으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셔누 형이랑은 보여줄 수 있는 매력과 추구하는 이미지가 비슷했고, 그래서 회사에서도 시너지를 보고 싶어서 유닛 제안을 해 주신 것 같아요." (형원)
팀 내 비주얼과 퍼포먼스 포지션인 만큼 두 사람의 시너지는 비주얼적으로 특히 빛을 발한다. 붉은 실로 묶인 두 사람의 비주얼 콘텐츠부터 섹시하고 농염한 안무는 8년 간의 활동이 없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깊이와 매력을 자랑한다.
"피지컬 적인 면을 잘 보여주는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둘의 강점이자 특징이, 강하게 뭔가 보여준다기 보다는 시크하고 절제된 매력을 피지컬에 녹이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점이거든요." (셔누)
"셔누 형이 안무와 후렴구 중요한 부분의 안무 창작에 참여했어요." (형원)
신보의 메시지는 심오하다. 타인의 시선으로 보는 '나'와 스스로 생각하는 '나'의 괴리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소속사에서 제안한 주제였지만, 형원은 금세 깊이 빠져들었다.
"남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고는 있지만, 이야기를 잘 하진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 남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안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저는 평상시에는 기분이 좀 다운돼 있을 때도 있고, 어두운 부분도 있는데요. 팬 분들 앞에서는 되게 밝고 에너지 있거든요. 이런 부분이 제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의 시선이 없었다면 저도 알아채지 못할 저의 모습이기도 하고요." (형원)
셔누에게도 타인의 '나'와 나의 '나'는 흥미로운 주제였다. 그가 이 주제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명쾌한 성격답게 굉장히 직관적이었다. 일례로 팬덤에게 '개그 캐릭터'로 통하지만, 사실 의도치 않은 상황일 때가 많았다는 점 등이다.
"가깝게는, 사진만 찍어 올려도 어떤 분들은 멋있다고 생각한 사진이 팬 분들에게는 재미있는 사진일 때도 있고요. 팬 분들께서 멋있다고 한 사진이 저에게는 별로 멋있지 않아 보일 때도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흥미롭고 공감이 많이 됐죠. 형원이 말처럼 나 자신을 알아가는 데 있어서 내가 모르는 나를 발견하는 이야기를 앨범에 녹이면 재미있는 주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셔누)
타이틀곡 '러브 미 어 리틀(Love Me A Little)'역시 '나'에 관련된 심오한 주제를 다룬다. 타인이 보는 '나'와 스스로 생각하는 '나' 사이에서 갈등하는 심경을 사랑에 적용했다. 형원이 작사 및 작곡까지 전체적으로 프로듀싱한 곡으로, 그는 이번 유닛 앨범을 통해 처음으로 자작곡이 타이틀 곡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얻었다. 소속사 관계자에 의하면 형원의 곡은 소속사 직원 사이에서 타이틀곡을 결정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만장일치로 선정된 곡이라고 한다.
"사실 처음에는 제 곡으로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이 유닛이 더 잘 됐으면 했거든요. 제 곡에 자신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꼭 내 곡이어도 되는 건 아니니까요. 어느 곡이든 노래가 좋아서 타이틀 곡이 됐으면 했는데, 막상 되니까 기분이 좋기도 하고 부담감도 있었던 것 같아요." (형원)
"저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진 않고 형원이에게 먼저 곡을 받아서 들었는데, 객관성이 없어보일 순 있지만 이 곡이 가장 타이틀성이 강하다고 느껴졌어요." (셔누)
평소에도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형원은 '나'에 대한 생각을 거듭하며 가삿말을 완성해 나갔다. 타이틀곡의 가사는 꽤 헌신적이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 뒤로 한 채 / 너만의 나를 마주해', '낯선 그 향기에 홀린 듯 오지 않는 너에게 / 난 오늘 더 설레여 네 방에 갇힌 채' 등이 그렇다. 사랑하는 이가 생각하는 '나'가 진정한 '나'가 아니더라도, 그에 다 맞출 수 있다는 절절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처음에는 되게 은유적으로 썼어요. 노래를 봤을 때 각자 생각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도록이요. 그러나 안무도 그렇고 노래 분위기도 그렇고, 절제를 많이 했다 보니 가사는 조금 더 직설적이어도 될 것 같아서 좀 더 헌신적인 마음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게 썼죠."
형원이 꼽은 가장 직설적인 가사는 '뻔한 결말 속에 무너질 내게'이다. 상대방에게 사랑받지 못할 걸 알면서도 사랑을 멈추지 않는 절실함이 드러난다. 형원이 이렇게까지 헌신적인 가사를 쓰게 된 배경은 뭘까. 그는 웃으면서 넷플릭스 시리즈 한 편을 언급했다.
"제가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이긴 해요. 얼마 전에 넷플릭스 시리즈 '너의 모든 것'이라는 작품을 봤거든요. 자극적인 면이 강한 드라마이긴 하지만, '얼마나 쏟아붓는 게 사랑인가' 그런 걸 생각하게 해준 드라마였어요. 결론은 내 모든 걸 다 바치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죠. 헌신." (형원)
그렇다면, 셔누는 '사랑'을 어떻게 생각할까.
"저는 표현을 잘 못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냥 비호감적인 행동을 안 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 정도가 제 사랑의 표현인 것 같아요, 하하. 저는 가사를 듣고 형원이의 감수성에 감탄했어요. 제가 공감을 못 한다고 드라마나 영화를 못 보는 건 아니듯, 이해하고 생각하고 공감은 할 수 있었어요. '잘 썼구나'라고 생각했죠." (셔누)
감수성이 풍부하고 생각이 많고, 차분한 편인 형원에 비해 셔누는 호쾌하고 담백한 성격을 가진 편이었다. 형원이 셔누에게 '여유로운 태도가 부럽다'고 하자 '한 번 다녀오면 괜찮다'고 말해 형원을 '빵' 터지게 하기도 했다. 퍼포먼스 뿐만 아니라 성격적인 합도 8년간 잘 맞아왔음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셔누 형이랑 저랑 의견 충돌이 한 번도 없었어요. 또 둘이서 하니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는 모르겠는데, 모든 스케줄이 수월하게 끝나요. 콤팩트하다고 해야 하나." (형원)
"둘 다 효율을 많이 따지는 점에서는 성격이 비슷해서요. 그러다보니 의견이 비슷하게 되는 것 같아요. 부딪히거나 의견이 다르면 에너지 소모가 많은데, 그런 부분은 없었어요." (셔누)
'문짝즈'라 불릴 만큼 근사한 피지컬, 8년의 내공이 담긴 우아한 퍼포먼스, 형원의 감수성이 깊이 묻어나는 멜로디와 가삿말, 이를 중화시키는 셔누의 담백함으로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몬스타엑스 완전체만큼이나 주목할 만하다. 마냥 '마초'스럽지도 않고, 마냥 야들거리지도 않는 이중적인 매력이 이들 유닛의 가장 큰 매력이다.
"마초의 끝은 서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강한 것만 강한 게 아니니까요. 오히려 유한 게 강할 수 있다는 것이 표현된 것 같아서 좋아요." (형원)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두 가지를 동시에 보여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지금 막 하게 되네요, 하하.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셔누)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