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우라늄 생산국인 서아프리카 니제르의 군부 쿠데타 이후 유럽연합(EU)에서 ‘2차 에너지 위기 사태’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7월 3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의 화석연료 무기화에 맞서 원자력발전 비중을 대폭 늘려온 EU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니제르는 지난해 약 2020톤(전체 생산량의 4.1%)의 우라늄을 채굴한 전 세계 7위 우라늄 생산국이다. 특히 EU는 니제르산 우라늄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유럽원자력공동체공급청(ES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니제르는 EU가 수입한 전체 우라늄 가운데 약 4분의 1을 점유한 최대 공급원이다. 전 세계 1위 생산국(43.4%)인 카자흐스탄조차 유럽 시장에서는 니제르에 밀렸다. 이는 EU 전체 원자력에너지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프랑스가 과거 식민 지배했던 니제르로부터 전체 우라늄 수요의 15% 이상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자국 내 전력 생산의 70% 이상을 원전에 의존하는 프랑스는 니제르 우라늄 광산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문제는 개전 이후 EU의 원자력발전 수요가 급등한 상황에서 현재 반프랑스·친러시아 성향의 군부가 니제르를 장악했다는 점이다. 이날도 군부 측은 “프랑스가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의 석방을 위해 일부 니제르인들과 군사 개입을 공모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서방을 향해 반감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에너지부 소식통은 “프랑스의 천연 우라늄 공급망 안전에 당장 미치는 위험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프랑스 국영 광산 기업인 오라노 역시 니제르 내 우라늄 광산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폴리티코는 “러시아 다음으로 우라늄 공급량이 많은 니제르에서 정국 혼란이 이어질 경우 EU의 장기적인 우라늄 수급에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천연가스와 석유·석탄에 이어 러시아산 우라늄 의존도까지 단계적으로 낮추려던 EU의 향후 대러 제재 계획 역시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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