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무역수지가 2개월 연속 흑자를 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7월 무역수지는 16억 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15개월 연속 적자에서 탈출했던 6월(11억 3000달러 흑자)보다 흑자 규모가 더 커지며 지표 개선 흐름이 이어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안도할 수만은 없다. 7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비 16.5% 줄어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게다가 6월(-6.0%)보다 수출 감소 폭이 더 커졌다. 반도체(-33.6%)·석유제품(-42%) 등 주요 품목 대다수의 수출이 여전히 부진하다. 그럼에도 무역수지가 호전된 것은 국제 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수입액이 47%나 급감한 영향이 크다. 7월 수입이 25.4% 감소해 수출보다 더 크게 줄어든 것이다. 수출입이 모두 쪼그라드는 ‘불황형 흑자’는 오히려 6월보다 심화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무역 흑자가 이어져도 ‘속 빈 강정’과 다름없다.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해도 자칫 소비·투자·고용·수출이 모두 위축되는 불황의 늪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최근에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반등하고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불황형 흑자에서 탈출해 내실 있는 성장을 이루려면 수출 증대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외부 여건이 나아지기만 바라는 ‘천수답’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탄탄한 수출 경쟁력을 바탕으로 무역 흑자를 이뤄야 한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와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무역 환경이 악화한 와중에도 2019년 대비 올 상반기 수출이 늘어난 기업들은 적극적인 해외 영업과 신제품 개발, 기술 우위 확보 등을 이유로 꼽았다. 우수한 기술력으로 무장해 우리 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수출 품목과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수출 영토를 넓히려면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와 기술 혁신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기업 경쟁력을 옥죄는 ‘킬러 규제’를 걷어내고 신성장 동력 집중 육성과 세제·금융·예산 등 전방위 지원에 더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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