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995년 태어나고 1990년대에 성장했기 때문에 그때를 잘 기억하고 있어요. 그 시절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래 ‘라이크 1999(Like 1999)’를 만들게 됐죠.” (베이스 알렉스 디모로)
2021년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1990년대를 회고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끈 노래가 있다. 캐나다의 4인조 팝 밴드 ‘밸리’가 부른 ‘라이크 1999’가 그것. 인터넷이 없는 세상에서 사라진 자동차 브랜드 폰티악을 타고 사랑을 속삭이자는 내용의 노래는 밀레니엄 세대에게도 아련함을 불러왔다. 한국에서는 그룹 엑소(EXO)의 디오와 데이식스(Day 6)의 원필이 추천하며 인지도를 더하기도 했다.
밸리는 지난 1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단독 내한 공연을 열고 한국 팬들을 만났다. 서울은 6월 발매한 2집 앨범 ‘로스트 인 트랜스레이션(Lost in Translation)’의 아시아 투어의 첫 출발지다. 지난해 페스티벌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이들은 10개월 만에 단독 공연으로 돌아왔다.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밸리는 ‘라이크 1999’의 성공의 이유로 공감을 꼽았다. 밸리에서 기타를 맡고 있는 미키 브랜돌리노는 “노래가 인기를 끌게 된 과정은 유기적이었고 사고처럼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러웠다”면서 “팬데믹 기간이어서 사람들이 휴대폰을 놔두고 순간에 몰입하자는 메시지에 더불어 노래 자체가 향수를 불러와 공감을 산 것 같다”고 밝혔다.
2015년 EP ‘카 테스트(Car Test)’로 데뷔한 밸리의 멤버는 모두 캐나다 토론토 출신이다. 1995년 태어난 이들은 고등학교 시절 진행하던 음악 프로젝트에서 우연히 연습실 예약이 겹친 것을 계기로 밴드를 구성했다. 같은 나이에 같은 문화를 공유하기 때문에 밸리의 노래에는 성장이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롭 라스카는 “음악을 만들 때 언제나 한 편의 영화라고 생각하면서 작업한다”면서 “우리 밴드는 간단하지만 아름다운 것들을 복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 음악을 영화로 표현한다면 4명의 친구들이 함께 삶을 통해 아픔이나 사랑을 경험하고 성장해나가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밸리는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라스카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뉴진스를 알게 되었는데 ‘하입 보이’를 듣자마자 최고의 노래라고 생각했다”면서 “한국이 두 번째 고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삼겹살을 먹으러 갔다가 세븐일레븐에 들어가서 발견한 과자들이 새롭고 신기해 1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를 보고 사람들이 다같이 하나가 되어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는 인류애를 느꼈다고 했다.
밸리는 8년의 시간 동안 한 팀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심리 상담을 받는 등 서로 노력을 기울이는 점을 들었다. 드럼과 보컬을 담당하는 카라 제임스는 “밴드를 통해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점을 한 가지의 목표로 삼고 있다”면서 “밴드가 처음 네 명의 친구들 사이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공연을 마친 밸리는 3일 일본 도쿄, 5일 필리핀 파라냐케 등을 거쳐 12일 태국 방콕에서 아시아 투어를 마무리 짓는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 브랜돌리노는 “여러 장르로 실험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게 목표”라면서 “우선 이것저것 준비한 후 가지치기를 통해 한 가지 콘셉트에 맞춰 앨범을 제작할 예정이다. 당장은 놀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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