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사진) 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패하고도 결과를 뒤집으려 했다는 혐의로 형사 기소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벌써 세 번째지만 이번 혐의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어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1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연방 대배심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을 속이고, 선거 인증 절차를 방해하고, 헌법에 규정된 유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등 네 가지 범죄를 저질렀다며 기소했다. 이번 기소는 대선 결과에 불복해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했던 ‘1·6사태’의 배후로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목한 것이다.
연방 특검은 기소장에서 “피고는 선거에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유지하려 했다”며 “2020년 11월 3일 선거일 이후 2개월이 넘는 기간에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부정을 저질렀고 실제로 자신이 승리했다는 거짓말을 퍼뜨렸다”고 적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들어 성추문 입막음, 국가 기밀문서 불법 반출, 대선 결과 뒤집기 의혹 등으로 줄줄이 기소된 상태다. 이와 별도로 조지아주 특검은 대선 결과를 번복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압력을 가한 혐의로 이달 중순 네 번째로 기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언론들은 현직 대통령이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방해했다는 점에서 이번 기소의 정치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보고 있다. NYT는 “트럼프는 민주주의 전복 시도로 기소당했다”고 전했다. 공화당 대선 경쟁자인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이번 기소는 누구라도 헌법 위에 군림하면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중요한 점을 상기시킨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기소를 ‘정치적 박해’라고 주장하며 조 바이든 행정부를 정면 겨냥했다. 그는 자신의 내년 대선 출마를 막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표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