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온실가스가 계속 배출되면 21세기 후반에는 '열 스트레스'가 극한으로 치솟을 전망이 나왔다.
2일 기상청(청장 유희동)은 여름철 실외에서 사람이 느끼는 온도를 기반으로 한 '열 스트레스 지수' 전망치를 기후변화 시나리오별로 공개했다.
열 스트레스 지수는 세계기상기구(WM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국제표준화기구(ISO)에 등록한 지수인 '습구흑구온도'(Wet-Bulb Globe Temperature)를 의미한다. '더워지수'로도 불리는 습구흑구온도는 습구·건구·흑구온도를 가지고 계산하므로 기온·습도·일사량·풍속 등이 반영된다. 현재(1979~2014년) 우리나라 여름철 열 스트레스 지수는 28.1도다.
기후변화 시나리오 중 '빠른 산업기술 발전에 중심을 둬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고 도시 위주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될 경우'를 가정한 'SSP5-8.5'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우리나라 여름철 열 스트레스 지수는 이번 세기 후반(2081~2100년) 35.8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보다 7도 이상 높은 수준이다.
반면 '재생에너지 기술이 발달해 화석연료를 최소한만 사용하고 친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룰 경우'(SSP1-2.6)에는 열 스트레스 지수가 31.2도까지 오를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살펴 본 'SSP5-8.5' 시나리오와 비교하면 4도 이상 낮은 수치다.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할수록 '극한 열 스트레스 일'도 늘어날 전망이다. 전국의 10% 이상 지역 열 스트레스 지수가 '상위 5% 기준값'(현재 전국 평균 32.8도)을 넘는 날을 '극한 열 스트레스 일'로 정의하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7.6일이다. SSP1-2.6 적용 시엔 48.8일로 6.4배 늘어나는 데 그치지만 SSP5-8.5를 적용하면 금세기 후반 94.2일로 12배로 증가하게 된다.
극한 열 스트레스 일이 연속해서 이어지는 기간은 현재 최장 3.5일이다. 이는 SSP5-8.5와 SSP1-2.6 시나리오에서 각각 77.6일과 27.5일로 길어질 전망이다.
국내에서 열 스트레스 지수는 특히 습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예를 들어 2021년 8월 6일과 7일 서울의 최고기온은 각각 32.2도와 32.3도로 비슷하지만 최소습도는 57%와 48%로 10%가량 차이가 났다. 6일의 열 스트레스 지수는 32.9도로 '높음' 범주에 속했다. 7일의 지수는 '매우 높음'에 해당하는 31.3도였다. 습도 차이가 열 스트레스 지수를 결정하는 큰 요인이 된 셈이다.
열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면 온열질환자 수도 늘어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온열질환자는 열 스트레스 지수가 30도를 넘을 때 급증하기 시작해 32도 이상 구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화석연료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시나리오에서도 열 스트레스 지수가 31.2도까지 오른다는 전망을 고려하면 온열질환자 수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현재 전 권역에서 9일 미만으로 발생하는 극한 열 스트레스 일이 금세기 후반에는 6월 중순부터 9월 중·하순까지 90일 이상 나타나겠다"라면서 "최대 지속 기간도 3~4일에서 70~80일로 증가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지구온난화로 고온 현상이 더 자주, 더 극심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 "극한기후에서 안전·건강과 관련한 다양한 분석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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