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초등학교가 학부모 한 명의 과도한 민원으로 지난 학기 내내 골머리를 앓았다. 아이의 전교 부회장 선거 당선이 무효 처리되자 학부모는 자녀가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2일 MBC 보도에 따르면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과 교감이 한 학부모에게서 지난 다섯달 동안 7차례 고소·고발을 당했다.
지난 2월 초 해당 학교에서 전교 부회장 선거가 치러졌다. 당시 4학년 A군이 당선됐는데 선거 규정을 어겼다며 다른 후보 6명이 일제히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학교 측이 당선 무효 결정을 내리자 A군 어머니 B씨는 대응을 시작했다.
B씨는 지역 맘카페에 글을 올려 교감이 자신의 아이에게 당선 무효 각서에 서명하라며 두들겨 패고, 15분 동안 소리를 질렀다고 주장했다. A군도 피해를 자세히 진술했다. A군은 "(교감선생님이) 팔도 때리고 정강이도 때리고 여기저기 때렸는데 그중에 뒤통수를 때릴 때가 제일 아팠다"고 진술했다.
B씨는 아동학대가 명백하다며 아이 명의로 교장과 교감을 경찰에 고소했다. 같은 달 10일 진행된 졸업식 날 해당 학교에 경찰 5명이 출동했다. 이후에도 B씨는 아동복지법 위반, 공문서 위조, 강요와 협박, 명예훼손 등으로 7차례나 고소·고발을 반복했다.
다행히 교감에게는 A군과의 대화 녹취록이 남아있어 첫 번째 고소 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B씨는 계속해서 '당선무효를 취소해달라'는 등 서울시교육청에도 잇달아 8건의 행정심판을 제기를 하고 국민신문고에도 무려 24건의 민원을 쏟아부었다.
보도에 따르면 B씨는 총 29건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6월부터는 선거와 무관한 교장의 과거 인사, 도로 열선 공사 내역, 학교의 카드 이용 내역서 등을 요구했다. 정보공개 청구는 세부 항목으로 따지면 300건이 넘었고 학교는 이 때문에 지난 학기 내내 정보공개 청구에 대응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도 "지나친 민원 정보 공개 요청"이라며 "학교뿐만 아니라 지금 교육청까지 괴롭히는 상황으로 전개됐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 교장은 "이 귀한 시간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서류를 우리가 읽어야 되나. 그런 게 굉장히 자괴감이 들었다"며 “(아동 학대법의) 면책권을 보장해 주셔야 저희가 아이들한테 ‘이건 아니야’라고 할 수 있다. ‘이건 아니야’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듣고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 측은 "비리에 연루된 교장이 아이를 선거에서 떨어뜨리려 했다"며 "아이의 명예가 훼손돼 고소와 행정심판을 진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교장은 비리 의혹을 제기한 이 학부모를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했다.
한편 이런 민원 제기와 무관하게 A군은 지난 3월 치러진 재선거에 단독 출마해 전교 부회장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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