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맨날 뭔 생각을 하는 거야…야, 니가 왜 여기 있는 줄 알아?”
유명 웹툰 작가 주호민(41·사진)씨가 자신의 아들을 학대했다며 신고한 40대 특수교사가 주 작가의 아들에게 한 발언이 공개됐다. 교사는 주군에게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야”라며 “너 싫어. 정말 싫어. 싫어 죽겠어”라고 말했는데 검찰과 경찰은 이를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기소했다. 9살 장애 아동에게 할 수 있는 훈육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2일 법무부가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공소장의 특수교사 A씨 발언 내용을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지난해 9월 13일 경기 용인시의 ○○초등학교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주군에게 했던 말들이다. 이는 주 작가 부부가 아들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A씨 몰래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주군에게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싫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말했다. 이어 "아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야. 도대체 맨날 뭔 생각을 하는 거야"라며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는 “야, 니가 왜 여기 있는 줄 알아? 학교에 와서? 너 왜 이러고 있는 줄 알어? 왜 이러고 있는 건데? 왜 O반 못가?”라며 “니네반 교실 못가. 친구들 얼굴도 못 봐. 너 친구한테 못 어울려. 친구들한테 가고 싶어? 못가 못 간다고. 너 집에 갈 거야. 학교에서 급식도 못 먹어. 왜인 줄 알아? 급식 못 먹지. 친구들을 못 만나니까”라고도 말했다.
이는 주군이 원래 소속된 통합학급에서 바지를 내리고 같은 반 여아의 뺨을 때리는 등 돌발 행동을 보여 분리 조치된 상태를 언급한 것이다.
교사 측 변호인 “나쁜 부분만 짜깁기…밉상 발언은 훈계 아닌 혼잣말”
이와 같은 A씨의 발언이 정서적 학대라고 검찰과 경찰은 판단했다. 지자체의 아동학대 여부 면담에서도 담당 공무원들 역시 정서적 학대라고 여겨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사실에 대해 A씨의 변호인은 “2시간 반에 걸친 대화를 전체 맥락을 감안하지 않고 부정적인 말만 뽑아서 나열한 것”이라며 “공소장에 나타난 발언은 나쁜 부분만 강조한 사실상 짜깁기”라고 설명했다. 또 “밉상 발언은 주군에게 훈계하듯 한 것이 아니라 교사의 혼잣말로 전후 발언이 생략됐다”고 매체와의 통화에서 반박했다.
특히 변호인은 "검찰 공소장에는 주군의 대답이 빠져 있다"며 "(교사의 부정적인 말만 공소장에 나오다 보니) 훈육이냐 학대냐는 다루는 사안에서, 훈육을 입증하는 부분이 아예 제외되어 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가 계속 추궁하듯 말한 것이 아니라 잘못을 알려주고 아이를 훈육하기 위해 주군과 대화를 하는 과정이었다는 해명이다.
앞서 A씨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온라인상의 사건 경위서에 따르면 “수업시간에 주군이 교실 밖으로 나가려고 행동해 단호하게 이야기했다”고 적었다. 주군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고 한 배경에 대해서도 “받아쓰기 문장을 교육하던 중 ‘고약하다’라는 뜻을 알려주기 위해 관련 발언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수사당국의 조사에서는 “B군을 훈계한 것이지 정서적으로 학대한 것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 발언 녹음은 쟁점 소지…오는 28일 공판
주 작가 부부가 A씨 발언을 몰래 녹음한 것은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 이에 따라 알게 된 통신 또는 대화 내용을 공개한 자에 대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대화를 하는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청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그러나 검찰은 녹음이 법적 문제가 없다고 여겨 A씨를 아동학대처벌법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 역시 학교폭력이나 아동학대 사건에서 부모의 녹음 행위의 공익성과 증거능력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아동학대 사건에서 학부모가 교사의 발언을 몰래 녹음했어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당시 재판부는 “학대 행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어 부모가 이를 확인해 방지하기 위해 녹음한 것은 녹음자(부모)와 대화자를 동일시 할 정도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주 작가도 지난달 26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아이가 사건 당일부터 평소와 다른 불안한 반응을 표현했고 초등학교 2학년인 발달 장애 아동 특성상 정확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다.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한) 확인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주 작가 부부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직위해제된 A씨는 전날 복직했다. A씨의 다음 공판은 오는 28일 수원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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