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전 세계적인 이상 현상에 관한 뉴스가 자주 나온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여름 서울 도심과 학원가에 자동차가 떠내려갈 정도의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고 겨울에는 강추위가 지속되는 날이 예년에 비해 많아졌다. 최근 환경부가 발간한 ‘기후변화 적응 보고서’에는 지난 109년간 전 세계 기온이 1.09도 상승했지만 한국은 1.6도 상승해 특히 온난화 속도가 다른 국가들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구글 트렌드 검색어 순위에서 국내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키워드로 ‘기후변화’가 선정됐고 얼마 전 수원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까지 ‘기후위기 대응’을 외치며 시청 앞에서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손해보험업은 기후변화에 민감하다. 이상기후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경우 손해보험사가 보험 가입자에게 보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손해보험사와 재보험사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연평균 105조 원을 고객에게 보상했고 지난해에는 사상 네 번째로 큰 액수인 162조 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대형 손해보험사 및 재보험사들은 자연재해·기후변화와 관련한 자체 연구 조직을 보유하고 다양한 연구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손해보험사들의 조직은 대체로 예방보다는 경영관리 목적에만 집중돼 있다. 그래서 손보사의 활동은 현재의 기후변화와 탄소 배출 등 환경 이슈에 대해서는 다소 소극적이다. 최근 만난 탄소 배출 관련 사업을 하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법과 규제에 따른 의무적인 탄소 배출 감축보다는 자발적인 감축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 그의 말은 많은 고민을 안겨줬다.
그의 말을 곱씹어 보면 당장 손해보험업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정도라고 생각된다. 우선 손해보험사들은 어느 기업보다 기후변화·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리스크를 이해하고 있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탄소 배출 감축, 자연재해 손실 예방 등 기후변화 대응 활동을 다양하게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태양광·전기차 등과 같은 탄소 배출 감축에 기여하는 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맞춤형 보험 상품을 개발해 해당 산업이 안정적이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손해보험사의 존재 이유가 혁신과 사회 안전망을 고민하는 데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지금의 어린이들이 미래에는 좀 더 안전하고 좋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손해보험사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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