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작가의 인기 웹툰 '무빙'이 실사화됐다. 어마어마한 제작비 속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뭉쳐 한국형 히어로물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가족이라는 키워드로 차별화를 꾀한 작품이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극본 강풀/감독 박인제)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박인제 감독, 강풀 작가, 배우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김성균, 김희원,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이 참석해 작품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다. 누적 조회수 2억뷰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원작 웹툰을 탄생시킨 강풀 작가가 집필에 나섰고, '킹덤2'의 박인제 감독에 메가폰을 잡았다. 또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애플TV '파친코' 등 에 참여한 제작진이 의기투합했다.
'무빙'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정서인 가족애를 바탕으로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이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능력을 이용해 자신의 소중한 사람과 일상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를 담아 기존 히어로물과 차별을 꾀한다.
박 감독은 "1년 전에 크랭크업을 했는데, 거의 1년 동안 하루도 안 빼놓고 CG 작업을 했다. 관객들이 봤을 때,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20부작의 비주얼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매 에피소드마다 긴장, 감동, 스릴, 액션이 이어지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강 작가는 "만화만 그렸는데, 시리즈 대본 작업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작업한 게 좋았다. 이 작품에만 3년을 매달린 것 같다"며 "지금 이 자리가 기분이 이상하고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무빙'은 20부작이라는 롱폼 콘텐츠다. 숏폼, 미드폼 콘텐츠가 넘쳐나는 요즘, 롱폼은 드문 형태다. 이에 대해 강 작가는 "처음에 '무빙' 극본 제안을 받을 때 12부였는데, 내가 역으로 20부를 제안했다. 장편을 해보니 이야기에는 등장인물이 중요하더라"며 "20부로 해야 개인 서사를 깊게 보여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 덩어리가 있다. 20부작 안에 세 개의 시즌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썼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연출 입장에서는 디테일해서 조금 힘들긴 했다. 20부작을 관객들이 놓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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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하고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이름값에 대한 마음도 있었다. 류승룡은 "러닝 타임으로 보면 영화 10편 정도다. 20부작을 영화처럼 찍었다"며 "천군만마처럼 어마어마한 배우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어서 알리자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재밌게 했다"고 말했다. 김성균은 "이분들과 함께 하나의 배역을 맡을 수 있어서 자랑스러웠다. 각자의 자리에서 멋진 장면을 만들거라는 믿음이 컸다"고 했다.
류승룡은 무한 재생 능력을 지닌 괴물 요원 장주원 역을 맡았다. 그는 "고통은 고스란히 느낀다. 인생의 목적과 삶의 방향에 대해 무의미하게 살다가 딸이 생기면서 목적이 분명해진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한효주는 초인적 감각을 지닌 엘리트 요원 이미현으로 분한다. 그는 "잘 보이고, 잘 들린다. 최연소 요원이기도 하다"며 "남편 김두식을 감시하게 되는 임무를 맡았는데, 그러면서 사랑에 빠지게 되고 아들을 낳게 된다. 엄마로서의 모습과 사랑을 하게 되는 20대 요원으로서의 모습까지, 여러 가지 서사를 보여줄 수 있어서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조인성은 비행 능력을 지닌 최정예 블랙 요원 김두식을 연기한다. 그는 "1급 비밀로 취급할 정도로 유능한 인물이다. '무빙'에서 과거 미현의 서사에 등장하는데, 만나는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멜로 등을 그린다"고 했다.
차태현은 남다른 비밀을 가진 버스기사 전계도로 변신한다. 전계도는 원작에 없는 인물로 시리즈를 위해 강풀 작가가 만들었다. 그는 "전기 능력을 갖고 있다. 다만 정전기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며 "배터리를 들고 있으면 전기가 나오는 캐릭터다. 내가 나오는 부분은 아주 무겁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원작에 없는 캐릭터를 상상하는 건 힘들지 않았을까. 차태현은 "강풀 작가가 나한테 많이 맞춰서 써줬다. 처음부터 날 생각한 것 같은 게, 배경도 내가 나온 학교의 학과였다"며 "상상을 많이 해야 되는 부분은 없었다"고 했다.
김성균은 통제할 수 없는 괴력을 가진 이재만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그는 "평소에는 굉장히 순하고 말수가 적다. 그러나 가족들이 위험에 처하면 괴력을 발휘하는데, 특히 아들에게 그렇다"고 말했다. 김희원은 학생들을 은밀히 주시하는 정원고 선생님 최일환으로 분한다. 그는 "나만 능력이 없어서 아쉽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가장 큰 능력인 사랑이 있다"고 짚었다.
이정하는 지키고 싶은 것이 생긴 하늘을 날 수 있는 소년 김봉석 역을 맡았다. 김봉석은 이미현과 김두식의 아들이다. 이정하는 "엄마에게 물려받은 초인적인 오감과 아빠에게 물려받은 비행 능력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에게 능력을 감춰야 된다는 가르침 하에 조심스럽게 살았는데, 희수를 만나고 능력을 숨기지 않는다"며 "그때부터 봉석의 진가는 드러난다"고 소개했다. 뛰어난 재생 능력을 가진 강인한 소녀로 장주원의 딸인 장희수 역을 맡은 고윤정은 "남들과 다른 능력을 가진 친구들을 위로해 주고 당당할 수 있게 도와주는 씩씩한 캐릭터"라고 말했다. 능력을 숨긴 채 때를 기다리는 소년으로 이재만의 아들인 이강훈으로 분한 김도훈은 "아버지에게 괴력과 스피드를 물려받았다. 겉으로는 어른스러운 친구지만, 이유는 어쩔 수 없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라며 "속은 고등학생처럼 여리고 순수하다"고 소개했다.
학생 역을 맡은 배우들은 내로라하는 선배들과 호흡을 맞춘 게 영광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도훈은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커지더라. 연기하면서 걱정이 많이 됐는데, 그때마다 동료 배우들이 편하고 자연스럽게 해줬다"고 말했다. 고윤정은 "민폐를 끼칠까 봐 부담이 컸다. 내가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겠다 싶었다"며 "현장에서 정말 감사하게도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시고 선배님들한테 배우는 것도 참 많았다. 뭔가를 가르쳐 주지 않으셔도 보고 느끼는 게 많아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꼽았따. 이정하는 "어릴 때부터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면서 자랐다. 내가 자라서 선배님들과 호흡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격이었다"며 "한편으로는 잘해야 된다는 욕심이 커서 긴장 속에서 촬영했다. 선배님들이 잘 이끌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는 9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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