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사태’로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 부실 공사에 대해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법·제도 개선에 나선다. 부실 공사 기업을 퇴출시킬 수 있도록 직접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다. 이에 따라 국회에 계류 중인 부실시공 근절 및 재발 방지를 핵심으로 하는 관련 법안들의 처리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아파트 무량판 부실 공사 진상 규명 및 국민 안전 태스크포스(TF)는 4일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고 아파트 부실 공사 문제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이자 TF 위원장인 김정재 의원은 회의 이후 “향후 (법을) 위반하거나 부실 공사를 하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정도로 확실한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이번만큼은 건설 업계에 만연한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는 데 여야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단지 붕괴 사고 후 부실 공사 방지 관련 법안들의 발의가 이어졌으나 아직도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토위에 계류 중이다. 김 의원은 5명 이상 사망 사고가 발생한 건설 현장 시공사의 건설업 등록 말소 등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지난해 8월 대표 발의했다. 이 외에 공사 감리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격을 갖춘 사람을 안전 감리원으로 두도록 한 건축법 개정안(소병훈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 불법 하도급 처벌을 강화하고 부당 이익을 몰수·추징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김회재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 등이 관련 법안으로 꼽힌다.
여당은 LH에 대한 고강도 개혁도 예고했다. 해체 수준의 구조 조정을 추진해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과 상식의 기준에 맞춰놓겠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LH에 대해 “아직도 도덕적 해이와 전관 특혜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TF는 다음 주 부실 공사 문제 대책으로 LH가 진행 중인 보강 공사 현장을 방문한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건설 업계 부당 하도급 거래 및 담합 직권조사 관련 보고를 받고 대책 마련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LH는 국민적 신뢰 회복을 위한 발 빠른 대처에 착수했다. 이날 경찰에 무량판 구조 부실시공이 확인된 15개 아파트 단지의 설계·시공·감리와 관련된 74개 업체 및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 의뢰는 이달 2일 건설 카르텔과 부실시공 근절을 위한 LH 책임 관계자 긴급 대책 회의 논의에 따른 후속 조치다.
당초 수사 의뢰 대상을 40여 곳으로 추산했으나 감리 분담 업체까지 포함하면서 74개로 늘어났다. 통상 감리 업체들은 통신·전기·기계 등 전문 분야는 다른 업체에 다시 감리를 나눠 맡기는데 이들 업체까지 모두 포함시킨 것이다. LH는 이들 업체가 무량판 구조 설계 오류와 시공 누락, 부실 감리 등으로 건설기술진흥법과 주택법·건축법 등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업체의 상당수는 LH 출신 임직원들이 퇴직 후 재취업한 곳이어서 입찰 심사 등의 과정에 전관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LH는 경찰 수사를 통해 관련법 위반이 확인되면 해당 업체들에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또 부실 공사를 유발한 업체에 대해서는 LH가 발주하는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퇴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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