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기점으로 계파 갈등이 격화돼 당이 중대 위기에 빠진 와중에도 변화와 통합에 주안점을 두고 소통의 정치를 앞세워 안정적으로 원내를 이끌어왔다는 후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짧은 기간 서민을 위한 다양한 민생 대책을 제시해 민주당의 정체성을 살리려 노력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기에 각종 규제 개선과 같은 혁신 의지를 함께 드러내며 중도 표심까지 끌어안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긍정적 점수가 매겨지고 있다. 다만 이 대표에 대한 ‘8월 영장 청구설’이 흘러나오는 데다 대내외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남은 임기 동안 험로가 예상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원내대표는 6일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4월 28일 두 번의 도전 끝에 과반 이상 득표로 당선된 박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모든 의원과 함께 이기는 통합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여진으로 계파 간 갈등이 첨예한 상황을 의식한 약속이다.
실제 ‘비명(비이재명)계’ 인사였지만 이 대표와 꾸준한 소통을 통해 좋은 호흡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박 원내대표에 대해 “이 대표가 추구하는 방향성에서 벗어나 ‘자기 정치’만 고집하지 않고 있다”며 “온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당 통합을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돈 봉투 의혹을 비롯해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논란 등 연이은 대형 악재에도 박 원내대표는 발 빠르게 대처했다. 특히 당의 도덕성을 회복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 5월 열린 ‘쇄신의원총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6시간에 걸쳐 당의 윤리성 회복과 과감한 변화를 위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박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혁신위원회에서 제안한 ‘불체포특권 포기’ 안을 수용하자고 적극 호소했고 의원총회에서 이를 총의로 이끌어내기도 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논란이 확산되자 먼저 나서 공개 사과를 한 사람도 박 원내대표다.
박 원내대표는 전통적인 지지층뿐 아니라 중도층까지 포용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강경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들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당의 색깔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외연 확장을 시도했다. 3일 플랫폼 기업과 만나 규제 개혁을 약속하고 6월에는 당내 글로벌기업경쟁력강화모임 주최로 국내 7대 기업이 모인 자리에서 “경제정책에 왼손과 오른손이 따로 없다”며 민주당에 오랫동안 작용한 ‘반(反)기업’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민생 중심의 정책은 꾸준히 제시했다. 각종 경제지표가 하락하자 민생 경제 회복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해 3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정부에 촉구했다. 최근 집중호우 피해에 따라 수해 복구 여야정 TF 구성도 제안했다. 현장에서 민생 문제 해결의 답을 찾겠다는 취지로 이달 민생채움단까지 출범시켰다.
하지만 제1야당이 보여줘야 할 야성(野性)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악재로 작용할 현안들이 산더미처럼 놓여 있어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당장 검찰이 이달 중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당내 긴장감이 고조된 실정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박 원내대표가 취임한 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 등 정부 여당에 대응할 현안들이 많아 여력이 많이 없었을 것”이라며 “당에 여러 위기가 예고된 만큼 더 강단 있게 당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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