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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생존 게임’ 잼버리…긴급 안전대책 마련하고 부실 책임 물어야


지독한 폭염 속에 전북 새만금에서 개막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온열 질환 및 해충 피해 환자들이 늘고 있다. 4일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잼버리 영지 내 병원을 찾은 환자는 1486명이었고 이 중 벌레 물림은 383명, 피부 발진은 250명, 온열 질환은 138명에 달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국이 장기간의 폭염과 씨름하면서 잼버리 참석자 수백 명이 앓아누웠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잼버리를 광대하고 나무가 없는, 더위를 피할 곳이 부족한 지역에서 개최하는 데 대한 우려가 있었다”면서 준비 소홀을 꼬집었다. ‘즐거운 잔치’라는 뜻의 북미 인디언의 말을 어원으로 하는 잼버리가 새만금에서는 참가자들의 ‘생존 게임’으로 전락할 판이다. 영국 외무부는 “영국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한국 정부와 소통 중”이라며 새만금 현장에 대사관 직원들을 급파했다. 새만금 잼버리의 주제 ‘너의 꿈을 펼쳐라’를 말하기조차 민망한 현실이 됐다.

정부와 여당은 4일 긴급회의를 갖고 잼버리 안전 대책으로 전기 공급 용량 증설과 쿨링텐트·버스와 얼음물 공급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폭염으로 인한 잼버리 대회의 파행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심지어 지난해 7월에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사전 행사인 ‘프레잼버리’가 개최 14일을 앞두고 기반 시설 미비 등을 이유로 취소되는 일까지 있었다.

2017년 유치 확정 후 6년간의 준비 부실 탓이라고 할 수 있다. 유치 성공 이후 5년이나 허송한 전(前) 정부 측이나 행사 관리 책임을 맡은 윤석열 정부 모두 ‘네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다. 잼버리 대회의 공동조직위원장은 여성가족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 등 3개 부처 장관,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5명으로 구성돼 있고 집행위원장은 민주당 소속인 전북지사이다. 잼버리가 끝날 때까지는 책임 떠넘기기 정쟁을 접고 힘을 모아 각종 안전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회가 끝난 뒤에는 이번 행사의 문제점을 냉정히 평가하고 준비 및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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