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최대 연예기획사인 ‘쟈니스 사무소’ 창업자의 남성 연습생 대상 성폭력 문제를 조사한 유엔 인권위원회가 피해자 규모가 수백 명에 이를 수 있다는 발표를 내놓았다.
5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유엔 인권이사회의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 전문가들은 전날 일본 도쿄 기자클럽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쟈니스 연예인 수백 명이 성적 착취와 학대에 휘말렸다는 깊이 우려할 만한 의혹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전 조사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초까지 일본에서 각종 면담과 조사 등을 통해 피해자 규모를 수백 명으로 추산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실무그룹 측은 “일본 미디어 기업은 수십 년 동안 이러한 불상사를 은폐하는 데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정부가 주체적으로 수사와 구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쟈니스는 실무그룹의 발표 이후 “견해를 엄숙히 받아들이고 피해를 신고한 분들과 진지하게 마주하고 대화를 지속하겠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쟈니스 피해자 모임 측은 “가해를 인정하고 사죄를 요구한다”고 대응했다.
고(故) 쟈니 기타가와는 1962년 쟈니스 사무소를 창업하고 일본 국민 그룹으로 불리는 ‘SMAP’과 ‘아라시’ 등을 포함해 수많은 아이돌 그룹을 탄생시키며 ‘J-POP 거물’로 불렸다. 2012년엔 차트 1위 가수를 가장 많이 프로듀싱한 인물로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의 성 착취 의혹은 1999년 일본 주간문춘의 첫 보도 이후 알려졌으며 2003년 재판에서 기타가와가 패소하면서 성 착취 사실이 인정됐다. 다만 그는 2019년 사망하기까지 해당 사실에 대해서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기타가와의 조카인 후지시마 쥬리 게이코 쟈니스 사장이 지난 5월 “창업자의 성폭력 문제로 큰 소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실무그룹은 이번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보고서를 내년 6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