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직장인 김모(36)씨는 사무실에 출근해서 식사시간을 제외하면 의자에서 벗어날 일이 거의 없다. 점심시간에 틈틈이 산책을 즐기는 것이 유일한 운동이었지만 폭우와 폭염이 이어지면서 그마저도 중단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골반에 뻐근함을 느끼기 시작한 김씨. 걸을 때마다 허리 통증이 심해지는가 싶더니, 급기야 의자에서 일어날 때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는 일도 생겼다. 급기야 병원을 찾은 김씨는 ‘엉덩이 기억상실증’으로 인한 근감소증과 허리디스크 초기 진단을 받았다.
기상청이 장마 종료 선언을 하기가 무섭게 역대급 더위가 찾아왔다. 연일 최고 기온이 35도 안팎을 맴돌며 폭염 특보가 발효되는 등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시원한 사무실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산책을 즐기던 이들도 뜨거운 햇살을 피해 실내로 들어가기 바쁘다.
질병관리청의 ‘2021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19세 이상의 대한민국 성인은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평균적으로 하루 8.9시간을 앉아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날씨까지 더워지면서 외부 활동이 어려워 지다보니 앉아있는 시간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별다른 운동을 하지 않은 채 의자에 앉아서 생활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엉덩이 근육인 둔근과 허벅지 뒤 근육(햄스트링)이 약해지고 퇴화할 수 있다. 이는 기능의 소실로도 이어진다. 둔근의 역할을 허리나 무릎 근육이 대신하게 되는 증상을 ‘엉덩이 기억상실증(Dead Butt Syndrome)’ 또는 ‘대둔근·햄스트링 조절장애’라고 한다.
장시간 앉아 있어서 발생하는 ‘의자병’의 하나이기도 한 엉덩이 기억상실증은 허리디스크와 같은 척추 질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에 평상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둔근은 다리를 올리거나 상체를 뒤로 젖힐 때 사용되는 근육이다. 척추를 단단하게 잡아주고 지지해 주는 역할도 한다. 따라서 둔근이 약해지면 허리를 받치는 힘 또한 줄어 척주기립근 등이 과하게 사용되고 허리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고관절의 움직임도 둔해져 골반 불균형이 찾아올 위험도 크다.
엉덩이 기억상실증의 주요 증상은 앉거나 일어설 때 신체 균형을 잡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바르게 걷거나 한 발로 서 있는 자세에도 어려움이 따르며 특히 허리에 뻐근함, 쑤심 등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비슷한 증상이 계속된다면 이미 질환이 진행 중일 수도 있으니 신속히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약해진 둔근으로 인한 허리 통증에 한방에서는 먼저 추나요법을 통해 허리 통증의 원인이 되는 골반과 척추 틀어짐을 비롯해 신체 전반의 균형을 올바르게 맞춰주고, 침 치료로 혈액 순환을 촉진해 환부 주변의 경직된 근육을 이완한다. 손상된 신경의 재생과 보호에 효과적인 약침을 함께 쓰면 염증과 통증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다.
만약 엉덩이 기억상실증이 의심된다면 간단한 자가테스트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다. 바닥에 엎드려 누운 상태에서 다리를 뒤로 들어 올렸을 때 엉덩이가 딱딱하다면 둔근을 쓰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엉덩이가 말랑말랑하다면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둔근이 기능을 잃고 허벅지 뒤쪽 근육만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둔근이 약해 엉덩이 기억상실증 증상을 보인다면 병원 치료와 함께 둔근 강화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꾸준히 병행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대표적으로 ‘브릿지’ 운동은 둔근과 허리 신전근을 강화해 신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데 효과적이다.
엉덩이 기억상실증의 가장 큰 원인은 오래 앉아 있는 데 있다. 혹시 날씨가 덥다는 이유로 점심시간 등 휴식시간에도 계속 앉아있진 않은가. 실내에서라도 틈틈이 계단오르기, 런지, 스쿼트 등의 운동과 스트레칭을 병행하면서 엉덩이 근육의 기억을 계속 상기시켜 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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