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은 근본적으로 상당히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른 시일 내에 양국 관계가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청자이안 싱가포르국립대 정치학 교수는 지난달부터 3회에 걸쳐 서면으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창간 특별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이 고위급 접촉을 이어가고 있지만 양국은 상당한 차이가 있는 만큼 마찰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해온 세계관을 냉전이 끝난 후에 강화해왔다며 중국이 이를 단숨에 뛰어넘기는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은 자국 내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더 강한 중국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이를 위해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도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청 교수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중화권 국가를 중점 연구해온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의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中, 美 패권 대체 힘들어
미국은 유엔과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유엔해양법협약 비준, 국제형사재판소 가입, WTO 판사 임명 등을 둘러싸고 국제사회와 마찰을 빚으면서도 자국 주도로 우위를 지켜왔다. 구소련·일본 등 자신들이 대적한 국가들에는 강한 미국의 힘을 보여줬다. 그러는 사이 중국은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해 주요 2개국(G2)이 됐다.
자연스럽게 미국의 화살은 중국을 향했으나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청 교수는 “중국은 지역과 인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그들은 그것들을 통해 결코 ‘서구’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북아시아를 넘어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남아시아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전통을 존중하면서 중국은 이들 국가에 중국의 이익에 더 부합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점점 더 큰 자신감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은 국제사회의 중심이 되겠다는 비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같은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무역을 시작으로 패권 전쟁으로까지 치달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 시작돼 조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더 심화되는 양상이다. 서로를 향한 양국의 제재와 맞대응은 올 들어 다소 완화될 기미를 보인다. 6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7월에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존 케리 기후변화특사에 이어 이달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미국 고위급 인사의 방중이 이어지고 있다.
청 교수는 “곧 합의안이 나올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미국과 중국에 핵심은 대화를 유지하고 확전을 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를 위해 더욱 개방을 확대해야 한다고 청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보다 원활한 관계를 위한 길을 닦기 위해 개방을 모색해야 한다”며 “현재의 규칙·법·제도를 업데이트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中, 대만에 무력사용 옵션 찾고 있어
미국과 중국 간 긴장감은 대만을 둘러싸고 고조되는 형국이다. 이는 자칫 무력 충돌로 비화될 수 있고 2025년 또는 2027년이라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제기되고 있다. 청 교수는 대만을 향한 중국의 위협과 관련해 “중국은 대만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을 만들기 위해 군사작전을 계속하고 있다”며 “중국의 군사적 준비는 대만이 공식적인 독립을 추구하는 것을 저지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무력 사용이 반드시 전면적인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이 대만에 대해 침략이든, 봉쇄든, 다른 것이든 폭력을 사용하기로 결정할지 여부는 대만과 역내에서 중국을 저지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렸다”며 쉽지 않은 문제임을 드러냈다.
내년 1월에 있을 대만 총통 선거도 대만을 둘러싼 미중 양국의 대리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결과에 따라 지금보다 위기가 고조될 수도, 이전처럼 안정을 찾을 수도 있다. 청 교수는 “선거는 민주적 과정의 일부로, 지도자를 누구로 결정할지는 궁극적으로 대만 유권자들에게 달려 있다”면서도 야당인 국민당이나 민중당이 승리한다면 중국 정부와의 밀착 관계가 강화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하지만 그는 대만 총통 선거가 주변 국가들의 불안감을 키우거나 남북한 관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韓, 美日과 中압력 맞서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중재자를 자처하는 중국이지만 남북한 위기 고조 상황에서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고 있다. 청 교수는 “중국이 한반도의 중재자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어떤 유인책이 있는지는 덜 명확하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중국이 북한의 행동에 개입하려면 지금보다 불안감이 확대되고 자국의 이익에 해로울 수 있다는 점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한국은 미국·일본과 소통하며 북한을 압박하거나 북한이 행동에 나서지 않게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 윤석열 정부가 한미일 공조를 다지기로 결정한 게 아니냐고 해석했다.
청 교수는 한미일·북중러 대치 구도가 심해지는 것에 대해 “한국 외에도 미국과 일본 역시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며 “해결책을 즉시 찾을 수 없더라도 국가 간 차이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처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중국의 압박이 거세질 경우 미국·일본 등의 파트너와 더욱 명확한 관계를 맺고 협력하는 모습으로 중국과 맞설 필요가 있다고 청 교수는 조언했다.
◇약력
△조지타운대 △프린스턴대 정치학 박사 △홍콩과기대 조교수 △하버드-옌칭연구소 방문연구원 △카네기국제평화기금 비상근연구원 △아카데미아SG 편집위원 △현 싱가포르국립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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