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 결혼을 앞둔 A 씨는 예비 신부에게 “결혼 후로 혼인신고를 미루자”고 제안했다. A 씨와 신부의 소득을 합쳐보니 정부가 저금리로 지원하는 ‘디딤돌대출’의 기준(부부 합산 연 7000만 원)을 넘기 때문이다. 문제는 디딤돌대출은 부부가 아닌 개인이 신청해도 연 소득 기준은 같다는 점이다. 결국 A 씨는 혼인신고를 미뤄야 정부가 지원하는 저금리 혜택을 볼 수 있다. A 씨는 “결혼을 장려한다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맞벌이 부부 소득 기준으로 왜 ‘위장 미혼’을 부추기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국회가 이같이 불합리한 신혼부부 정책대출 기준을 손보기로 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이번 주 ‘결혼 페널티’를 해소하는 방향의 신혼부부 주거 안정 대책을 발표한다. 국민의힘 청년정책네트워크 특별위원회는 이날 김기현 대표에게 혼인신고 시 특례 주택자금대출 혜택, 청약 기회 등이 축소되는 이른바 ‘결혼 페널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보고했고 이달 10일 전 관련 내용을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특위는 크게 두 가지 정책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내용을 최종 조율 중이다. 먼저 신혼부부 대상 주택 구입 및 전세자금 특례 대출 소득 요건을 완화해 혼인신고를 미루는 관행을 해소하기로 했다.
현재 디딤돌대출뿐 아니라 주택도시기금 ‘청년 전용 버팀목전세자금대출’의 신혼가구 소득 요건은 6000만 원으로 청년 1인 가구(5000만 원)와 별반 차이가 없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직장인들의 세전 평균 연봉은 4024만 원으로 대한민국 평균인 두 사람이 부부가 되면 특례 대출의 혜택을 보기 어려운 구조다.
이에 여당은 신혼부부의 특례 주택자금대출 소득 요건 기준을 1억 원 안팎(전세대출은 9000만 원 안팎)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신혼부부의 주택 구입 특례 대출(7000만 원→8500만 원), 전세자금 특례 대출(6000만 원→7500만 원) 소득 기준을 더욱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여당은 혼인신고 시 기회가 반으로 줄어드는 청약제도도 개선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대부분의 주택 청약 유형은 신청 자격을 무주택 세대 구성원 중 1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부부가 각각 한 번씩 청약을 넣을 수 있지만 혼인신고를 하면 법적 공동체가 돼 청약 기회는 한 번으로 줄어든다. 이런 청약 기회의 소멸도 위장 미혼을 부추기는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위 관계자는 “부부가 된다고 청약 기회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제기돼왔다”며 “관련 개선 방안도 발표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청년 유권자를 정조준한 정책을 차례로 내놓을 계획이다. 보수정당으로 기반이 취약한 2030세대의 표심을 잡지 못하면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향후 취업준비생·여성 등과 관련된 생활 밀착형 정책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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