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과 사유가 함축된 것이 록이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젊은이들이 록을 향유하며 자유로움과 함께 부르짖을 수 있는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록의 전설’ 김창완이 그의 밴드 김창완밴드와 함께 국내 최대 록 페스티벌인 ‘2023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올랐다. 공연 전 만난 김창완은 “산울림을 시작할 때만 해도 페스티벌은 먼 나라 이야기 같았는데 우리도 국제적인 페스티벌 보유국이 됐다”며 “세대를 넘어 산울림의 음악을 재발견해준 젊은이들에게 무대에서 보답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산울림의 정신은 ‘고분고분하지 말라’와 ‘순수해라’라는 것”이라며 “기성 세대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고분고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그는 본인에게조차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그는 “올드 팬들을 위한 ‘추억 파먹기’ 식의 무대는 지양하고 있다”며 “순수하게 초심을 가지고 새롭게 정진하는 것만이 올드 팬분들께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창완은 “록 스피릿의 가치인 ‘젊음과 자유’가 젊은이들의 희망사항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록 스피릿이 세대와 세대를 이어넘었으면 좋겠다”며 “젊은이들에게 스며들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고, 후배 가수들과의 협업을 통해 록의 저변을 넓히고 세대 간 교류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2016년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곡 ‘시간’을 마지막으로 신보가 없던 김창완밴드는 올해 15주년을 맞이한다. 김창완은 “신곡에 대한 열망이 있다”며 “한국 록도 정립하고 싶고, 신곡이 나와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언제까지 음악을 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자전거를 탈 수 있다면 음악도 계속할 생각”이라며 “외발로라도 자전거를 굴리겠다”고 웃으며 답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무대에 오른 김창완밴드의 공연은 ‘세대 간의 교류’ 그 자체였다. 인터뷰에서 “한국 록의 원류를 찾아 산울림 초창기 곡을 많이 선곡했다”며 “젊은이들이 아예 모를 수도 있는 곡들인데 어떻게 관객들과 케미를 이룰지 기대된다”고 말했지만 관객들은 아무런 위화감 없이 김창완밴드의 곡을 즐겼다.
‘개구장이’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너의 의미’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아니 벌써’ ‘나 어떡해’와 같이 젊은 세대에게도 익숙한 노래들이 흘러나오자 팬들은 큰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불렀다. 김창완은 “록 페스티벌은 젊은 날의 청춘, 자기 자신에게 주는 뜻깊은 선물이 아닐 수 없다”며 “청춘과 청춘, 세대와 세대, 이웃 나라와 먼 나라의 젊은이들이 우정을 나누는 무대에 초대되어 기쁘다”고 말하고는 청춘을 위로하기 위해 작곡한 노래인 ‘무지개’를 연주했다.
페스티벌의 대미는 민족의 선율인 ‘아리랑’이었다. 태평소 연주자인 안은경이 함께한 무대였다. 김창완은 노래를 부르지 않았지만 팬들은 한 목소리로 아리랑을 따라 불렀다.
올해 페스티벌에는 15만 명의 관객들이 참여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첫째 날에는 일본 밴드 엘르가든이 15년 만에 헤드라이너로 다시 펜타포트를 찾았다. 2일차에는 미국 밴드 스트록스가 17년 만에 펜타포트를 찾아 한·미·일 3국의 밴드가 각 날짜의 헤드라이너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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