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이 10일 오전 경남 남해안에 상륙해 한반도를 관통할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에 피해를 준 태풍들은 한반도에 접근하는 동안 세력이 약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카눈은 기존 태풍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파괴력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태풍은 서울 인근을 관통하면서 10일 밤부터 11일 오전 사이 수도권 지역을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8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10시 기준 카눈은 일본 가고시마 남쪽에서부터 우리나라를 향해 느리게 북북서진하고 있다. 이는 기존에 한 차례 경로를 꺾어 동진하던 태풍이 또다시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속도가 느려진 것으로 분석된다. 태풍이 느리게 움직이면, 바다 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므로 세력이 더 강해지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진다. 내륙에 머무는 시간도 늘면서 국내 태풍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의 이동 속도가 통상보다 느리기 때문에 내륙에 더 오래 머무르고, 지형효과가 더해지면서 수도권과 강원 영동에서는 전날 예측치보다 예상 강수량이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높은 수온도 변수다. 보통 태풍은 북상하면서 북위 30도 부근쯤에서 힘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태풍은 과거와 달리 평년보다 높은 수온의 바다를 느린 속도로 지나치면서 강도가 더 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일 계속된 폭염으로 현재 대한해협 주변의 바닷물 온도는 30도에 이를 정도로 높은데, 카눈은 이런 바다를 지나면서 에너지를 흡수해 위력이 강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카눈이 우리나라 전체를 완전히 관통하는 경로도 이례적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10일 오전부터 11일 새벽까지 우리나라를 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번 태풍은 10일 오전 9시 경남 통영 서쪽 30㎞ 부근 해상까지 북상한 뒤 북서진을 거듭하면서 12시간 뒤인 11일 오전 9시 북한 평양 북동쪽 70㎞ 지점에 이르겠다. 앞서 기상청이 예측한 경로보다 서쪽으로 치우치면서 우리나라 중심을 완전히 뚫고 지나가는 형태다. 이에 따라 전국이 11일 새벽까지 태풍의 영향권에 속해 폭우와 강풍 피해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이 발표한 예상 진로대로 흘러간다면 카눈은 10일 밤부터 11일 오전 사이 서울에서 불과 40km 떨어진 곳을 관통한다. 하지만 카눈이 점차 서편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태풍이 서울을 직접적으로 관통하면서 수도권 일대에 큰 피해를 끼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일본 기상청의 수치예보 모델은 카눈이 서울을 관통해 북한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현재 남해동부바깥먼바다에는 이미 태풍주의보가 발효됐고 내륙 전체와 대부분 해상에 태풍예비특보가 발령됐다. 태풍특보는 9일 오후 제주를 시작으로 9일 밤 전남과 경남 남해안, 10일 새벽 남부지방 전역과 충청남부, 10일 오전 충청권 전역과 경기남부·강원남부, 10일 오후 수도권 전역과 강원의 순서로 전국에 발효되겠다.
강원 영동 지역에는 시간당 최대 100㎜ 이상 ‘물폭탄’이 퍼부을 가능성도 있겠다. 다른 지역은 시간당 30㎜ 내외로 비가 내리겠다. 예상 강수량을 살펴보면 강원영동은 9~11일 200~400㎜, 많게는 600㎜ 이상 비가 오겠다. 강원영서는 80~120㎜, 최대 150㎜ 이상 비가 예상된다.
다른 지역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서해5도 80~120㎜(많은 곳 150㎜ 이상), 충청권 80~200㎜다. 같은 시기 광주·호남에는 100~200㎜(많은 곳 300㎜ 이상),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100~200㎜(많은 곳 300㎜ 이상), 울릉도·독도 80~120㎜, 제주 100~200㎜(산지 최대 400㎜ 이상)가 내릴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어느 지역 하나 안전한 곳이 없을 정도로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면서 “전국적으로 강한 비와 많은 비, 강한 바람이 예상됨에 따라 피해 가능성 높으니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8일 행정안전부 재난관리실장 주재로 제6호 태풍 ‘카눈’ 대처 회의를 열고 대응에 나섰다. 중대본은 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국토교통부 등 16개 관계부처와 17개 시·도 등 관계기관들에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히 안전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 또 장마철 피해 발생 지역과 피해 우려 취약지역에 대해 기관별로 긴급 전수 점검을 통해 위험 요인을 파악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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