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껍고 무거운 전공책을 분철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맞춤형 독서가 가지는 이점을 실감할 것이다. 요즘 들어 태블릿만으로 독서와 공부를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처럼 우리의 ‘읽기’는 편의라는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편의성이란 인간의 나태함에 기술과 서비스가 적응한 결과인 것만은 아니다. 편의는 누군가에게는 단지 즐거움과 여유를 더할 뿐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요즘 서점에 가보면 큰 활자로 된 책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보통 책을 읽기 어려운 이들에게 매우 반가운 일이다. 무엇보다 작은 글자를 읽지 못하는 이들에게 큰 활자 책은 대체 불가능한 정보원이자 삶의 위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책이 고령자나 시력이 좋지 않은 이들 모두에게 유용하지는 않다. 누군가에게는 활자가 너무 작거나 클 수 있고 책이 무겁다 보니 다루기 어려운 이들도 있다. 더욱이 문자를 아예 볼 수 없는 이들에게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누구나 보편적으로 책을 잘 읽을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종이책이 주는 직관성이나 정감은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전자책이 주는 편리함 역시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는 책을 사야 할 때 종이책을 살 것인지, 전자책을 살 것인지 고민하는 단계까지 왔다. 전자책은 큰 활자로 된 책이 가진 한계까지 극복해냈다. 전자책을 이용한다면 원하는 글자의 크기·모양·색상을 지정할 수 있고 심지어 책을 낭독하도록 할 수도 있다. 이렇듯 전자책은 안락하고 편안한 독서 경험을 넘어 교양과 정보에 이르는 통로의 역할을 감당하는 셈이다.
그러나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편리한 전자책이 갈 길은 아직 멀다. 전자책을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사업자별로 전자책 플랫폼이 달라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모바일 환경에서 전자책을 읽을 때도 각기 다른 앱을 깔아야 하고 앱마다 제공되는 기능도 제각각이다. 전자책의 본래 속성은 편리함인데 전자책에 대한 현실적인 경험은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이는 누군가에게는 단지 불편함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 이상의 어려움일 수 있다. 시각장애인들은 전자책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전자책을 판매하는 사이트에서도 길을 잃을 때가 많다. 애초에 앱이나 사이트를 시각장애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했더라면, 더욱이 전자책에 표준적인 포맷을 사용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머지않아 전자책을 더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개선 방안이 모색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각장애인이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전자책이 독자의 편의를 위해 만든 것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전자책이 시각장애인들에게 매우 중요하고 결정적인 정보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계 및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