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경쟁력의 구성 요소에 ‘자막’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트렌드 변화에 따라 시청자들의 시청 방식이 다양해지는 탓이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시작된 자막 서비스 강화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넘어 TV와 영화까지 진행되고 있다.
8일 넷플릭스는 “한국 예능의 특징을 반영한 새로운 종류의 특화 자막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기존 자막은 배경 음악 등 소리가 정보가 모두 포함되어 있는 청각장애인용 자막이었지만, 이번에 새롭게 도입되는 자막에는 대사 및 화자 정보만 표시된다. 새로운 자막은 8일 공개된 ‘좀비버스’를 시작으로 하반기 공개 예정인 ‘데블스 플랜’에 시범적으로 도입된다.
넷플릭스 예능은 글로벌에 공개되는 예능이기 때문에 TV 예능과는 달리 프로그램 자체의 예능적 자막이 사용되지 않는다. 이에 자막이 필요한 사용자들은 청각장애인용 자막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자막에는 대사 외에도 감정과 같은 여러 정보들이 포함되어 있어 몰입이 어려웠다. 넷플릭스 측은 “장르적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자막 테스트를 도입하게 됐다”며 “콘텐츠 시청 환경까지 증진하며 차원이 다른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TV 자막의 크기 및 스타일 변경도 도입해 맞춤형 시청 환경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OTT인 티빙과 웨이브도 자막을 강화하고 있다. 티빙도 플랫폼 내 인기 콘텐츠들에 자막을 제공 중이고, 이용 환경에 따라 스타일 설정도 가능하다. 웨이브 역시 자막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방송사업자에게만 적용되던 자막 의무화도 OTT 사업자들에게 부과됐다. 6월 박완주 무소속 의원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며 OTT들도 반드시 자막·수어·해설을 제공하게 됐다.
한편 OTT 작품 뿐 아니라 극장에 걸리는 한국 영화들도 자막을 통해 관람할 수 있게 됐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달 26일 개봉한 ‘밀수’를 시작으로 한글 자막이 나오는 한국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한다고 밝혔다. ‘더 문’도 자막판이 상영 중이다. 기존에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자막이 만들어지는 것이 개봉으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후였고, 이렇게 제작된 영화는 자막과 해설 음성이 함께 나오는 방식이라 감상이 어려웠다. 이를 통해 장애인 뿐 아니라 자막을 원하는 일반 관객도 자막과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콘텐츠 이용자들은 자막 확대를 반기고 있다. 한 이용자는 “자막이 있으면 잘 들리지 않는 대사도 놓치지 않고 감상이 가능하다”며 “특히 요즘 시청자들은 재생 속도를 높여 콘텐츠를 즐기고는 하는데 이를 위해서 자막 사용은 필수”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막 또한 콘텐츠 경쟁력의 일부가 됐다”며 “고객의 필요에 맞는 자막 개발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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