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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정적자 벌써 83조원, 선거용 선심 정책 경쟁할 때 아니다


올해 들어 나라 살림의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정 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기획재정부는 6월 말 기준 통합재정수지가 55조 4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도 83조 원 적자를 보였다고 10일 밝혔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연간 예측치(58조 2000억 원 적자)를 벌써 25조 원이나 웃돌았고 연말까지 10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마저 제기됐다. 국세 수입은 1년 전보다 39조 7000억 원 감소했는데 하반기에 기업 실적 악화로 세수 부족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날 하반기 세입 여건 악화를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으면서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이런데도 정치권은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해 현금 퍼주기 포퓰리즘 정책과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민생 연석회의에서 지역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화폐 발행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화폐는 조세재정연구원에서 ‘경제 효과가 불투명하다’고 우려했을 정도로 현물 살포성 재정 중독 사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가격보장제를 통해 쌀 과잉 생산과 재정 악화를 초래할 우려가 높은 양곡관리법도 재추진하고 있다. 거대 야당은 35조 원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구하는 한편 기초연금 40만 원으로 인상, 대학생 무이자 대출 등 선심 정책에 매달리고 있다. 국민의힘도 이에 뒤질세라 농업 관련 세금 감면 일몰 기한을 연장하는 내용의 선심성 법안을 앞다퉈 발의하고 중위 소득 100% 이하 가구에 학자금 대출 이자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 채무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400조 원 급증하는 바람에 6월 말 1083조 원을 넘겼다. 최근 몇 년간 나랏빚 증가 속도가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빠른 편이다. 재정 악화를 이유로 국가신용등급이 ‘AAA’에서 ‘AA+’로 내려앉은 미국의 사례는 남의 일이 아니다. 이제는 여야 정치권이 사탕발림 선심 경쟁을 멈추고 경제 살리기와 재정 건전화 방안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낮추도록 규율하는 재정 준칙 도입 입법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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