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이 8월 들어서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관세청은 이달 1~10일 수출이 132억 18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3% 줄었다고 발표했다. 수출 회복 기대감 속에 하반기가 시작된 지 두 달째이지만 7월 같은 기간(-14.7%)보다 수출 감소 폭은 더 커졌다. 수입이 162억 달러로 30.5% 줄어 무역수지 적자는 30억 달러를 넘었다. 그런데도 정부 경제팀은 반도체 등 수출 물량 일부 회복과 경제 심리 개선 등을 근거로 “경기 둔화 흐름이 일부 완화되고 있다”며 긍정적인 진단을 내놓았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월별 변동성은 있지만 수출이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재부는 10월쯤 수출이 플러스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책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하반기 중 완만한 경기 회복을 전망했다.
하지만 정부 판단과 민간 경기 진단의 온도 차이는 뚜렷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내수·수출 동반 부진으로 올해 안에 경기 부진의 흐름이 반전되기 힘들다며 연간 성장률 1.3%를 제시했다. 한경연은 연내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중국 경기 악화의 여파가 미국 등 다른 나라들로 파급될 수 있다며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의 근거인 수출 개선 예측이 빗나갔는데도 하반기 ‘경기회복론’에 집착하면 정책 기조를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해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을 비롯한 물가 불안과 중국 디플레이션 등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악재가 첩첩산중인데 낙관론에 빠져 방심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비상 경제 체제를 가동해 국내외 실물경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하반기 경기 부진 지속 가능성에 대비해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수출 시장과 품목을 다변화해 가시적인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도록 민간 지원에 더 힘을 실어야 한다. 수출 기업들의 현장 애로를 해소해줄 맞춤형 대책 실행과 세제·금융 지원, 규제 사슬 혁파, 수주 지원을 위한 외교력 발휘 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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