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파행으로 얼룩져 국격이 손상됐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가운데 한국스카우트연맹이 참가 규정을 어기고 초등학생까지 대회에 동원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
11일 연합뉴스와 MBC에 따르면 지난 1월 한국스카우트 산하 A지역 연맹은 학교에 '8월에 열리는 세계잼버리에 우수 학생을 추천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재학 중인 청소년이 참가할 수 있다며 그 자격을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으로 명시했다. 또 교육청이 자부담 44만원 외에 106만원을 지원해준다면서 참가를 독려하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이후 한 초등학교 학생들의 참여가 확정되자 A연맹은 해당 학교에 학생들의 세계잼버리 참여에 협조해달라는 공문도 보냈다.
하지만 이번 세계잼버리에는 규정상 초등학생은 참여할 수 없다. 12일간의 강행군을 견디려면 어느 정도 체력이 필요하고 훈련도 된 상태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스카우트연맹 홈페이지에 공지한 참가자 모집 기준에 따르면 야영 생활과 일정 수준의 기능을 습득해 1급 스카우트 이상 진급한 대원으로 만14세∼만17세의 스카우트 대원만 참여할 수 있다. 그나마도 한국 대원 참여가 저조해 대회 전에 완화한 규정으로 알려졌다.
연맹은 2005년 7월 22일∼2009년 7월 31일 출생한 중·고생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해당 공문을 보낸 1월은 한국스카우트연맹이 한국대표단을 5차로 모집하던 시점이었다.
애초 작년 6월까지 3차 마감을 마친 뒤 사전훈련을 계획했으나 기대만큼 모집되지 않았던지 대회 시작 2개월 전까지 6차례에 걸쳐 연맹은 참가자를 모집했다. 그러나 확보된 국내 신청자가 해외 신청자 4만여명의 5% 수준으로 미미하자 한국스카우트연맹 측이 막판에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참가비까지 쥐어주며 어린 초등학생을 모아 머릿수를 채운 것으로 보인다. 잼버리 나흘차 새만금에 입영한 한국 대원 중 한 초등학교의 학생 3명이 줄줄이 캠프를 이탈했다고 MBC는 보도했다.
이렇게 모인 초등학생 대원 대부분은 야영 경험이 없을 뿐 아니라 규정인 만14세가 되지 않기 때문에 병원비가 지원되는 세계연맹의 안전보험조차 가입할 수 없다.
이에 한국스카우트연맹 측은 초등학생을 참가시킨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생년월일이 다 나와 있는데 초등학생은 있을 수가 없다”며 “원래 처음부터 규정이 중·고생 대상이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세계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초등학생 참여 규정 위반 의혹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