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근무하다 생을 달리한 새내기 교사 A씨(23)의 마지막 행적이 한 방송을 통해 공개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11일 SBS ‘궁금한 이야기Y’ 방송에 따르면 A씨는 교사인 어머니를 따라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교사가 되는 걸 꿈꿨다. 고인의 어머니 역시 임용고시를 한 번에 붙은 딸을 그저 자랑스럽게 여겼다.
다만 고인의 어머니는 딸의 첫 발령지가 결정되자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고 한다. 고인의 어머니는 “첫 발령지가 ‘신규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서이초라고 해서 걱정됐다”며 “(다른 교사들이) 소송 걸리지 않게 조심하라고 했다길래 속으로 어이없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어머니의 걱정과는 다르게 첫 발령을 받고 곧바로 1학년 담임을 2년 연속 맡게 된 A씨는 첫 1년 무리 없이 일을 잘 해냈다. 학부모들도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며 교사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고 방송은 전했다.
문제가 발생한 건 2년차 때였다. A씨는 평소 학생들과의 상담일지를 꼼꼼히 적어뒀다. 사망 전 일부 아이들을 지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엄청나게 높은 난도의 학년이었던 건 맞다. 2시간 동안 물건 집어 던지는 아이도 있었고, 정리 정돈이 하나도 안 되는 아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학교 관계자는 “그 부모님도 아이가 버거워 보였다. 교사가 무슨 말을 했을 때 그냥 ‘아 그러게요. 걔가 왜 그럴까요?’라고 했다. 부모님도 아이를 잘 통제하기 힘든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일기장에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아등바등하고 있는 걸까. 어차피 돌아가면 모두 똑같을 텐데 그대로 원상 복귀”라고 적으며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
일련의 사건들과 일들이 발생하면서 사망 전 A씨는 정신과 상담도 받았다고 한다. 상담에서 그는 “오늘 속상한 일들이 몇 개 있었다. 저한테 직접 일어난 일은 아닌데, 학부모가 찾아와서 교사 잘못이 아닌 일로 소리를 지르고 갔다. 그래서 그 선생님이 우시더라”며 “그 모습을 보니까 속상하기도 하고 저도 언젠가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에 허무했다”고 극도의 스트레스와 무기력함을 호소했다.
한편 방송에서는 한 학부모의 입을 통해 사건 발생 후 자신의 안위 만 걱정했던 일부 학부모와 입단속에만 급급했던 학교의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방송에 등장한 한 학부모는 “교장이 반 대표 학부모에게 ‘선생님에게 안 좋은 일이 있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돌아가셨다는 얘기는 안 했다”며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들이 학교에 찾아가‘‘우리한테 화살이 쏟아져서 힘들다’고 하자 교장이 교육청 조사관에게 ‘들으셨죠? 이거 좀 잘 챙겨주세요’ 하며 따로 부탁하더라”고 주장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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