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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규제·노동·세제 개혁 외면하면 K제조업 미래 없다


고도성장의 신화를 쓴 우리나라 제조업이 저성장과 공동화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한국의 해외 제조업 투자액은 258억 2800만 달러에 달했으나 한국 제조업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액은 124억 7900만 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133억 4900만 달러의 제조업 투자 자금이 해외로 유출된 셈이다. 유출 규모는 1968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다.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해외에 집중된 반면 외국 기업은 한국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기조가 계속되면 한국 제조업의 기반은 갈수록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제조업 투자의 해외 유출은 미중 패권 전쟁과 자국 우선주의 확산, 우리나라의 투자 환경 악화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의 반도체·전기차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시행된 미국의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우리 기업들은 미국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했다. 유럽과 일본도 대규모 감세와 보조금을 내세워 첨단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투자 환경이 악화한 탓에 국내 투자를 꺼리고 있다. 해외 진출 기업의 유턴을 촉진하기 위한 ‘해외진출기업복귀법’이 시행된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복귀를 결정한 기업은 138곳에 그쳤다.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분야 투자는 미국 등에 빼앗기고 전통 제조업에서는 임금이 싼 동남아 등에 밀려 자칫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

저성장과 제조업 공동화의 터널에서 벗어나려면 결국 반도체 등 기존 성장 동력을 재점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AI), 원자력발전, 방산, 바이오 산업 등을 전폭 지원해 과감한 투자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규제·노동·세제 개혁 등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말로만 ‘모래주머니’ 제거를 외칠 게 아니라 규제 사슬 혁파를 서둘러야 신산업을 키울 수 있다. 노동 개혁의 핵심은 산업 현장의 법치 확립과 협력적인 노사 관계 구축, 노동시장 유연화 등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1.2%)보다 높은 법인세 최고세율(24%)도 낮춰야 한다. 규제·노동·세제 개혁 등을 외면하면 K제조업의 미래는 없다. 뚝심의 리더십으로 구조 개혁을 성공시켜야 저성장 고착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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