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공간인 건청궁이 한 달간 문을 열고 일반 관람객을 맞는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이달 15일부터 9월 18일까지 경복궁 내 건청궁 내부를 특별 개방하고 당시의 궁중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유물을 선보인다고 14일 밝혔다.
건청궁은 경복궁내 다른 전각과 달리 일반 사대부 주택 양식을 따른 점이 특징이다. 관람객들은 건청궁에서 고종과 명성황후의 사적 공간을 엿볼 수 있다.
이번 공개에서 고종의 처소였던 ‘장안당’을 왕의 집무실과 생활실로, 명성왕후가 지냈던 ‘곤녕합’을 왕비의 알현실과 생활실, 궁녀 생활실 등으로 각각 꾸며 선보인다. 용 문양을 장식하고 붉은 칠을 한 임금의 의자, 문서나 문방구류를 넣어두는 낮은 가구, 거울을 단 여성 화장함 등 유물도 관람할 수 있다.
건청궁은 경복궁이 중건된 이후인 1873년 지어진 건물이다. 흥선대원군의 ‘섭정’을 벗어나 고종이 새로운 정치를 추구하던 시기다. 고종이 이곳에 머물던 1885년부터 1896년은 조선의 운명이 결정된 격동의 시기였다. 명성황후가 1895년 10월 일본군에 의해 시해된 을미사변이 일어난 비운의 장소이기도 하다. 1887년에는 국내 최초로 건청궁에서 전기를 생산해 전등을 밝혔다.
이후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1907~1909년에 철거된 것으로 파악된다. 지금의 모습은 2006년 복원한 것이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특별 개방 기간에는 장안당 서쪽에 있는 누각인 추수부용루의 창호를 열어 향원정의 아름다운 경관도 함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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