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엿새 만에 또 군수공장 시찰에 나서며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군사적 위협을 했다. 김 위원장은 11~12일 전술 미사일 생산 공장 등을 현지 지도하면서 “전쟁 준비의 질적 수준은 군수산업 발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3~5일 저격 무기 생산 공장 등을 방문했을 때 소총을 쏘는 장면을 연출한 김 위원장이 이번에는 전투 장갑차 생산 공장에서 새로 개발한 다용도 전투 장갑차를 직접 몰았다. 김 위원장은 남측을 겨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KN-24(북한판 에이태큼스)가 대량으로 정렬해 있는 공장을 시찰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전술 미사일 도발 의지를 노골화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미사일 생산 능력을 비약적으로 제고하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이 최근 “전쟁 준비”를 되뇌는 것은 한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합연습과 한미일정상회의 등을 겨냥한 도발 위협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소총·장갑차 등의 성능 시연에 나선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무기 부족을 겪는 러시아에 대한 무기 수출을 고려한 일종의 ‘방산 세일즈’로 해석된다. 만일 북한이 군수산업을 통한 외화벌이에 성공한다면 더 큰 도발 능력을 갖추게 된다. 유엔이 금지한 북한의 무기 거래를 철저히 차단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공조해 대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북한의 군사력 증강과 도발 위협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압도적 군사력을 확보하고 실전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 한미 국방 당국은 이달 21~31일 실시되는 UFC 연합연습에 미 우주군을 참가시키는 등 동맹의 대응 능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한미일은 18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일정상회의에서 연례 한미일정상회의 개최와 한미일 공동 훈련 실시 등에 합의할 예정이다. 특히 한미일의 무기 체계 융합 등을 통한 미사일 요격 훈련이 포함될 연례 합동훈련에 대한 합의는 대북 억지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협상과 보상으로 달랜다고 평화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국방력과 한미 동맹 강화를 통해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억제력을 키워야 안보를 튼튼히 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 체제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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