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별세한 고(故)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아들 윤석열 대통령에게 마지막으로 전한 말은 “잘 자라줘서 고맙다”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빈소에서 기자들을 만나 윤 교수의 말을 전하며 “(윤 대통령이)오늘 광복절 행사를 마치고 미국으로 가기 전에 뵈러 가기로 했다”라며 “(그런데)윤 대통령이 도착한 뒤 20분 뒤에 별세했다”고 말했다. 고인의 마지막 말은 임종 직전에 윤 대통령에 전한 말은 아니다. 윤 교수가 의식이 있을 때 윤 대통령에게 당부한 말이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이 확고한 자유주의 가치를 가지는데는 윤 교수의 영향이 컸다. 유년 시절 경제학자의 꿈을 꿨던 윤 대통령은 '더 구체적인 학문을 하라'는 윤 교수 권유로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친 책으로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의 자유'를 꼽은 것도 부친의 영향이다. 저명한 계량 통계학자였던 윤 교수가 서울법대 입학 기념으로 선물해준 책이었다고 한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의 국정 비전의 근간에는 윤 교수의 가르침이 있었던 셈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평생의 관심이 양극화, 빈부격차였다"며 "아버지가 제1 멘토였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대학 졸업 후 신림동 고시촌이 아닌 윤 교수가 재직했던 연세대 중앙도서관에서 주로 사법시험 공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연세대 졸업식 축사에서 "아버지 연구실에서 방학 숙제도 하고 수학 문제도 풀었다"며 "아름다운 교정에서 고민과 사색에 흠뻑 빠지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윤 교수는 윤 대통령을 엄하게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고교 1학년 때 거구인 윤 교수에게 업어치기를 당하고 기절해 이튿날 등교하지 못한 일화는 유명하다. 윤 대통령은 대선 전 한 방송에 출연해 "공부 안하고 놀러 다닌다고 많이 혼났다"며 "대학생 때 늦게까지 놀다가 아버지한테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
'원칙주의자'였던 윤 교수는 윤 대통령이 2002년 검사 옷을 벗고 1년 동안 대형 로펌에 몸 담았다가 다시 검찰로 복귀할 때 크게 반겼으며, "부정한 돈은 받지 말라"고 거듭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도 부친과의 추억담을 자주 꺼냈다.윤 대통령은 지난 3월 방일 전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1960년대 일본에서 학업 중이던 윤 교수를 찾았던 일을 꺼내며 "히토쓰바시 대학이 있던 거리가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또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던 지난 6월에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윤 교수가 1993년 하노이 국립경제대와 호치민 경제대 출신 유학생들을 연세대 국제대학원에 입학시켜 학술 교류에 기여하려 했던 점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1년 4월2일 윤 교수를 부축하고 4·7 재보궐선거 사전 투표소를 방문해서는 "아버님께서 기력이 전 같지 않으셔서 모시고 왔다"고 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인 지난해 7월 12일에는 윤 교수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집무실 등 업무 공간을 소개하고 만찬을 함께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부친이 며칠간 위중한 상황에도 참모들에게 이를 내색하지 않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광복절 경축식을 마친 직후 윤 교수가 입원중인 병원으로 직행해 가족들과 임종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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