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번에는 ‘꼼수 임원 사퇴’ 논란에 휩싸였다. 이한준 LH 사장이 11일 대대적인 조직 혁신을 하겠다며 사표를 수리한 상임이사 4명의 임기가 종료됐거나 거의 끝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사직 처리된 임원 중 국민주거복지본부장과 국토도시개발본부장의 임기는 이미 7월 말 만료됐다. 나머지 2명(부사장·공정경영혁신위원장)의 임기도 다음 달 말까지로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LH가 비판 여론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LH는 2021년 6월 직원들의 땅 투기 논란 때도 ‘쇄신’을 약속하며 상임이사 4명을 경질했지만 이들 중 2명의 임기가 당시 9일밖에 남지 않아 비난을 받았다. 어차피 그만두는 임원들을 앞세워 조직 혁신을 이룬 것처럼 포장하는 행태를 반복한 셈이다. 그러잖아도 LH 조직의 무사안일과 도덕적 해이는 도를 넘었다. 무량판 구조 아파트 전수조사에서 11개 단지를 제외한 것도 모자라 철근 누락 아파트를 20곳 적발하고도 15곳으로 축소 발표했다.
2018년부터 올해 8월 1일까지 내부 징계 건수가 299건에 이르는 등 임직원의 비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해임이 18건, 파면이 24건이나 됐다. LH가 최근 3년간(2020년 6월~올해 6월) 철근 누락 아파트의 설계·감리를 담당한 전관 업체와 맺은 수의계약도 총 77건, 2335억 원에 달했다. LH 임직원 출신이 관련된 업체를 밀어주고 이권을 챙기는 ‘카르텔’이 만연한 것이다. 오죽하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5일 전관 업체와의 용역 계약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겠는가.
LH는 2년 전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해체 수준의 혁신’을 다짐했지만 말잔치에 불과했다. LH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인력 구조 조정을 포함한 환골탈태로 안전하고 살기 좋은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도록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LH의 존재 이유’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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