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확보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입학 문턱을 낮춰 유학생 유치 관문을 넓히고 유학생들이 졸업 이후에도 국내에 정착해 지역 산업과 첨단·신산업 분야 역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는 등 단계별 전략을 수립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위기 해소뿐 아니라 글로벌 첨단 인재 확보까지 염두에 둔 포석인 셈이다.
먼저 교육부는 유치 단계에서 입학 장벽과 대학의 평가 부담을 대폭 낮추는 방식으로 유학생 유입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유학생 교육의 질 관리를 위해 2011년부터 도입했던 ‘교육국제화역량인증제’가 오히려 입학 규제와 대학의 평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에 인증제 개편을 검토하기로 했다. 대학 유형별 특성에 맞게 4년제와 전문대를 분리해서 평가하고 현재 국내 대학으로 유학을 하려면 3급 이상 취득해야 하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입학 요건도 낮출 계획이다. 다만 질 관리를 위해 졸업 요건은 기존 수준을 유지하고 한국어·문화 교육과 컨설팅 등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해외 한국교육원에 ‘유학생유치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현지 유학 수요를 발굴하고 대학과 매칭까지 해주는 전략 기지로 삼겠다는 포석이다.
교육부는 크게 ‘지역 맞춤형 인재’와 ‘첨단·신산업 분야 인재’ 두 갈래로 유학생 유치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먼저 기존 기초단위 교육국제화특구 사업을 확대해 광역 지방자치단체 단위의 ‘해외인재특화형 교육국제화특구’를 지정한다. 지역 기업 수요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인턴십·현장실습 기회를 제공해 지역 특화 산업 맞춤형 유학생을 유치한다는 목표다. 또한 ‘해외인재유치전략전담팀(TF)’을 구성해 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RISE)하에서 유학생 유치부터 학업, 진로 설계까지 아우르는 지역 맞춤형 전략을 수립한다.
특히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첨단·신산업 분야 유학생 유치를 위해 범부처 협력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최근 주요 국가들이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2030년까지 유학생 6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연 350억 파운드(약 59조 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프랑스는 2027년까지 유학생 50만 명을 달성하기 위해 비자 취득 간소화를 추진하고 일본도 2033년까지 유학생 38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정책재단(NFAP) 발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미국의 화학·의학·물리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의 약 40%가 이민자 출신일 정도로 외국인 석·박사급 인력 유치는 대학 교육·연구 경쟁력 제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 해외 고급 인재의 국내 정착 비율은 저조한 상황이다. 윤명숙 전북대 교수팀의 정책 연구와 한국교육개발원(KEDI) 조사 등에 따르면 대학원 졸업 이후 국내 진학 또는 취업 희망 비율은 55%에 달하지만 고급 인력의 정착 유인이 크지 않아 졸업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비율은 29%에 이른다. 국내 진학과 국내 취업 비중은 각각 11%, 8%로 실제 국내 취업·정주로 이어지는 비율은 낮다.
이에 교육부는 정부초청장학생(GKS) 사업을 확대하고 해외 연구자의 국내 유치를 위한 재정 지원도 늘리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폴란드(방산)·아랍에미리트(원전) 등 경제협력 수요가 높은 국가와 인도·파키스탄 등 이공계 인재가 많은 국가의 장학생 선발 규모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영어권 선진국 학생들의 유학을 유도하기 위해 영어 강의를 확대하고 졸업 이후 유학생과 중견·중소기업 일자리 매칭도 추진한다. 또한 석·박사 학위 취득 후 영주·귀화 비자 취득까지의 절차·기간을 3단계·3년으로 간소화하는 ‘과학기술 인재 패스트트랙 제도’도 본격 시행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첨단 분야는 국가 차원에서 타깃을 정해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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