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준비와 파행으로 국격을 실추시킨 새만금 잼버리가 끝나자마자 조달청이 14일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사업자 입찰 공고를 냈다. 당초 잼버리 참가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추진된 새만금공항 사업이 잼버리 폐영 이후 시행되는 ‘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새만금공항 사업은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도 2018년 송하진 당시 전북지사가 정부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요청했고 문재인 정부는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포함해 추진을 강행했다. 잼버리의 원활한 개최가 목적이었다면 이 사업이 진작 완료됐어야 했다. 이제서야 입찰 공고가 나온 것을 보면 애초 전북도의 잼버리 유치 목적이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에 있었다는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황당한 풍경은 이뿐만이 아니다. 잼버리가 끝났는데도 행사장 기반 공사는 이어지고 있다. 잼버리 행사 관련 예산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전북도가 직접 맡은 사업의 총사업비는 265억 원이었으나 실제로는 165억 4900만 원만 집행됐다. 상하수도·주차장 건설 등은 올해 12월에나 준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국제 행사를 빙자해 지역 업체와 지방자치단체 관료, 정치권 인사들이 이권과 특혜를 주고받는 ‘카르텔’을 형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김관영 전북지사는 “잼버리를 이용해 수십조 원의 예산을 끌어왔다는 등 허위 사실을 주장해 상처를 주는 행위를 묵과하지 않겠다”면서 인프라 사업에 대한 의혹 제기를 봉쇄하려 하고 있다. 잼버리가 마무리됐으므로 이 대회를 빙자해 추진한 새만금 관련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들을 걸러내야 할 것이다. 지역개발 예산을 적재적소에 잘 쓰는 것이 진정 전북도민을 위하는 길이다. 새만금공항 건설 계획은 일단 백지화해야 한다. 전국 14개 공항 가운데 10곳이 적자의 늪에 빠져 있고 인근에 군산공항까지 있는 상황에서 새만금공항 신설의 타당성은 애초부터 부족했다. 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 SOC 사업 등의 선심 공약이 남발되지 않도록 유권자들이 감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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