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빈국 중 하나인 알바니아에 때아닌 '관광 붐'이 불고 있다. 고물가에 이 곳을 여름 휴가지로 택하는 유럽인들이 늘면서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휴가 기간에 알바니아를 찾았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휴가를 즐기고 있는 멜로니 총리는 14일 알바니아 서남부 해안도시 블로레를 방문했다. 멜로니 총리의 알바니아 방문은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의 초대 때문이지만, 외신과 온라인에서는 이탈리아 휴양지의 '바가지 요금'이 연일 논란인 가운데 총리마저 알바니아에서 휴가를 보낸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알바니아를 찾는 유럽 관광객은 급증하는 추세다. 국제공항협회(ACI) 유럽지부에 따르면 6월에 알바니아행 항공편을 이용한 승객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유럽 통계청 유로스탯의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알바니아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숙박 일수는 2019년 동기 대비 152%나 증가했다.
이 같은 관광객 급증은 주로 이탈리아인들이 이끌고 있다. FT는 이탈리아 현지 언론을 인용해 알바니아로 향한 이탈리아인들이 전년 동기 대비 57% 늘었다고 전했다. 반면 이탈리아 특정 지역의 국내 여행은 1년 동안 20~30% 줄었다. 고물가,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 등으로 국내 여행 여건이 악화하자 이탈리아인들이 저물가의 인근 국가인 알바니아로 시선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알바니아의 식당과 호텔 가격은 독일보다 56% 낮다.
라마 알바니아 총리는 자국의 관광 급증 현상에 고무된 모습이다. 그는 최근 이탈리아 방송 LA7과 인터뷰에서 알바니아가 범죄 다발 국가라는 선입견에서 마침내 벗어났다고 자평했다. 이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해 알바니아를 방문한 이탈리아 관광객이 50만 명에 달한다며 이탈리아 사람들로 가득 찬 페리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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