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와 국부펀드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유치 실무 협의를 시작하는 방향으로 조율에 들어갔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중동의 풍부한 자금을 자국 내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한 투자에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신문은 일본 경제산업성과 UAE의 국부펀드 ‘무바달라 인베스트먼트’가 일본 내 반도체 산업 투자를 위한 협의의 주체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투자 대상으로는 반도체 제조공정에 투입되는 소재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 혹은 장비 제조 업체를 상정하고 있으며 구체적 투자 방식 등은 향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7월 중동 방문 당시 무함마드 빈 자예드 UAE 대통령과 만나 반도체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경제산업성 당국자는 요미우리신문에 “풍부한 오일머니를 유치한다면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향한 길이 한층 더 넓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강국이었던 80·90년대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투자유치에 적극적이다. 자국 대기업과 함께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위해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를 설립했고,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TSMC의 구마모토 공장 유치를 위해 자금도 대거 지원했다. 다만 여기에 드는 자금 수요가 만만치 않다. 라피더스만 해도 2나노(㎚·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의 2027년 양산 목표를 달성하려면 기술 확립에 2조엔(약 18조원), 생산라인 조성에 3조엔(약 27조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이 이처럼 중동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려는 배경에 중국에 대한 견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최근 중동에서 외교적으로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반도체 분야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투자를 타진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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