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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온몸으로 품은 채"·"노인주택 머물다" 끝내…슬픔에 빠진 하와이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전소된 차량. 사진=EPA·연합뉴스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참사로 목숨을 잃은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일부 희생자들의 아타까운 사연이 전해져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하와이 당국은 지난 15일(현지시간)까지 파악한 사망자 106명 가운데 신원 확인 이후 가족에게 통보한 2명의 이름과 나이를 공개했다. 이 중 한 명인 버디 잔톡(79)은 음악과 가족을 사랑한 할아버지였다고 그의 손녀 케샤 알라카이가 전했다.

지역 방송 KITV에 따르면 알라카이는 기타와 드럼을 연주하고 노래를 즐겨 부르는 사람으로 할아버지를 기억했다. 한때는 유명 록밴드 산타나와 함께 공연했다고 전해질 정도다. 잔톡은 라하이나에 있는 노인주택 단지 ‘할레 마하올루 에오노’에 머물다 화를 면치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라카이는 “할아버지는 연세가 많으셨지만, 우리 가족이 이런 식으로 그를 빼앗기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라며 슬퍼했다. 잔톡의 조카인 카웨히 파이오는 “삼촌은 30년 이상 마우이섬과 전 세계를 다니며 곡을 연주하는 것으로 유명했다”며 “미소가 돋보이는 행복한 사람이었다”고 추모했다.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 피해 현장. 사진=AFP·연합뉴스


당국이 신원을 공개한 희생자 외에도 시신이나 유해를 발견한 가족·친지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전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 16일 CNN 방송과 지역 매체 하와이뉴스 나우 등은 3대에 걸친 일가족 4명이 이번 산불을 피하려다 차 안에서 불에 타 숨진 사례를 보도했다. 이들의 유해가 있었던 차는 지난 10일 일가족이 거주하던 집 근처에서 발견됐다.



이들의 가족은 성명에서 “사랑하는 부모님인 파소-말루이 포 누와 톤과 사랑하는 여동생 살로테 타카푸아, 그녀의 아들 토니 타카푸아에게 ‘알로하’(하와이어로 ‘안녕’)를 보낸다”며 “슬픔의 크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으며, 그들에 대한 기억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새겨질 것”이라고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NBC 방송은 반려견을 구하려다 희생된 프랭클린 트레조스(68)의 사연도 전했다. 그의 친구이자 라하이나 피해지역 생존 주민인 섀넌 웨버-보가르는 트레조스를 두고 골든레트리버 종 반려견 '샘'을 무척 아끼던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화재 당시 트레조스와 웨버-보가르는 주변 사람들을 먼저 대피시킨 뒤 뒤늦게 탈출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웨버-보가르는 가까스로 피신했지만 트레조스는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하와이 산불 희생자로 알려진 프랭클린 트레조스와 그의 반려견. 사진=AP·연합뉴스


웨버-보가르가 현장에 돌아와 트레조스를 발견했을 때, 그는 이미 차 안에서 숨을 거둔 후였다. 트레조스의 시신은 함께 숨진 반려견을 몸으로 덮고 있는 모습이었다. 웨버-보가르는 “프랭크보다 샘의 유해가 더 많이 남아있는 상태였다”면서 트레조스가 개를 보호하려고 온몸으로 품은 채 숨진 것으로 추측했다.

희생자 가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연이 알려진 경우도 있었다. 마우이섬에서 36년간 거주하다 이번 산불 참사로 숨진 여성 캐럴 하틀리(60)의 이야기다. 그의 언니인 도나 가드너 하틀리가 올린 글에 따르면 캐럴 하틀리는 화재 당시 함께 살던 남자친구와 화염을 피하려고 집 밖으로 나서다 검은 연기에 휩싸이게 됐다.

연기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자 당시 남자친구는 “뛰어, 뛰어, 뛰어. 캐럴!”이라고 외쳤지만, 더는 하틀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간신히 탈출한 남자친구는 이튿날부터 지인들과 수색 그룹을 조직해 하틀리를 찾아다녔고, 결국 지난 주말 이들의 집터에서 하틀리의 유해를 발견했다. 도나 가드너 하틀리는 “늘 밝은 성격과 미소, 모험심을 가진 동생을 모든 사람이 그리워할 것”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도나 가드너 하틀리는 앨라배마주에 있는 자택에서 추모식을 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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