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재취업 길이 막힌 중장년은 창업을 선택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제일 쉬운 것이 진입장벽 낮은 외식업. 김종화(56·사진) 푸드비즈 대표는 탐앤탐스 직영 운영본부 본부장과 브랜드 개발 본부장을 지내다 홀로 서 2012년부터 외식 경영 컨설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993년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일을 시작해 30년 동안 외식 경영에 몸담았다. 라이프점프는 지난 17일 경기 안산시에서 김 대표를 만나 50대 외식업 창업에서 실패 확률을 줄일 방법에 대해 물었다.
미안함과 부끄러움 버리고 조언 구하기
김 대표는 ‘모험이 불가한 게 중장년의 창업 아니겠냐’며 중장년 창업은 실패 확률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는 상권 파악이나 입지 선정 등에 견줘 ‘벤치마킹(Benchmarking·우수 사례를 보고 배우는 것)’도 필수다. 잘 되는 매장에도, 안 되는 매장에도 이유가 있으니 어떤 것을 취하고 버릴지 현장에서 배워야 한다. 하지만 의외로 현장에 방문하는 중장년은 드물다고 한다. 체면이 안 서 창피할 수도, 직접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웠을 노하우를 물어보기 미안해서일 수도 있지만 억대로 투자하는 만큼 직접 가게에 방문해서 살펴보라고 권했다. “벤치마킹해야 완전 무(無)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쉽고, 성공의 확률을 올릴 수 있어요.”
실패를 줄이기 위한 두 번째 전략은 ‘시작’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다. 창업을 계획하고 시작한 뒤 운영을 활성화하는 것까지 모두 일련의 창업 과정에 속한다. 하지만 많은 이가 가게 개점을 가장 큰 관문으로 생각하고, 자금과 역량을 창업에 집중해 초창기에 자금을 소진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매장을 운영하다 보면 적자가 날 수도 있다”며 “생계형 창업이 많은 중장년은 수익이 바로 안 들어오면 문제가 되기 때문에 6개월 정도를 버틸 여유 자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여유 자금이 없을 경우 운영이 어려워졌을 때 갑자기 메뉴를 늘린다거나 필수 마케팅을 진행 못할 수도 있어서다. 이에 더해 직접 매장에 나가서 운영까지 하는 경우에는 타깃을 또래 연령층으로 잡는 것도 실패를 줄일 방법이다. 김 대표는 “청년의 경우에는 하고 싶은 거, 색다른 메뉴에 도전해도 되지만 중장년은 안정적이면서 본인 세대가 찾는 아이템이 좋다”고 강조했다.
요즘에는 ‘오픈빨’없어…홍보가 필수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는 손님의 말 한마디에 모두 반응해서도 안 된다. “손님이 ‘○○메뉴 없어요?’라고 하면 바로 메뉴에 추가하곤 해요. 근데 메뉴 하나를 추가할 때도 재고 소진 속도나 동선 등을 고려해야 해요.” 고객을 의견을 쫓아다니다 보면 우후죽순으로 메뉴를 구성하게 되고, 재료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마케팅의 중요성을 간과할 때도 많다. 그는 “많은 분이 ‘잘 되면 마케팅할게요’라고 말하는데 옛날이야 영업 초기에 장사가 잘되는 ‘오픈빨’이 있지만 요즘은 그런 것도 없기 때문에 마케팅과 홍보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를 할 경우에는 반드시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누리집에서 ‘정보공개서’를 볼 것도 권했다. 가맹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담겨있고 가맹비와 광고비, 대표의 범죄 사실 등 프랜차이즈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프랜차이즈 창업 안내 사이트에서 표면적으로 나와 있는 창업 비용, 즉 ‘보여주는 것’에 더해 부가적으로 들어가는 별도 비용도 고려하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보여주는 숫자만 가지고 판단하면 투자 비용에 대한 계산이 안 맞는 경우가 있다”며 "냉난방, 철거 비용 등 추가 부담을 꼭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 창업 vs 프랜차이즈
개인 창업과 프랜차이즈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김 대표는 소위 영업직에는 ‘개인 창업’, 사무직에서 일했던 분들에게는 ‘프랜차이즈(franchise·가맹사업)’가 조금 더 맞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개인 창업은 경험 있고 지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때, 영업을 해봤거나 대인관계가 굉장히 좋을 때 적합하다”며 “마케팅 기획 등 어떤 걸 하더라도 혼자 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반면 창업 시장의 전체 흐름을 보기 어렵다면 프랜차이즈를 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의 성향을 아는 것이다. 그는 “자기가 파는 물건이나 음식에 만족해야지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그래야 남에게 권할 수 있다”며 “프랜차이즈도 장단점이 있는데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프랜차이즈는 그만큼 투자를 더 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 부상하는 브랜드를 찾아보는 게 유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뜨는 아이템은 없어…'절실함'이 성패 갈라
김 대표는 중장년을 대상으로 창업 프로세스에 관한 강연을 한다. 질의응답 시간에 빼놓지 않고 나오는 질문은 ‘요즘 뜨는 아이템이 뭐예요’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스럽다. “요새 뜨는 브랜드나 아이템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에요. 햄버거, 피자, 커피야말로 10년, 20년 전부터 있었지만 창업과 폐업을 반복하면서도 잘 되는 곳은 잘 돼요.” 결국 창업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아이템이 아니라 창업주의 ‘절실함’이라고 말했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력의 정도가 성패를 가른다”며 “절실한 만큼 관심이 생기고 경쟁업체를 이길만한 아이디어가 나오기 때문에 늘 ‘어떻게’ 차별화하고, 무기화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