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 사태로 해상 운임이 급등하고 식량 가격도 연일 들썩이고 있다. 기후위기가 경제에 직접적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전 세계 물가를 추가로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전 세계 ‘물류 동맥’인 파나마운하의 수위가 지난달 말 기준 7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해 병목 현상이 심각하다고 20일 보도했다. 파나마운행당국(ACP)은 이미 5월부터 하루에 통행 가능한 대형 선박의 수와 선적 가능 무게 제한을 점점 조여왔다. 가뭄의 장기화로 호수가 마르며 배가 운하를 통과할 때마다 필요한 물의 양을 확보하는 데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운하에서 통행 대기 상태인 선박 수는 통상 90여 척에서 현재 200여 척으로 급증했다. 일일 평균 선박 통행 수가 당초 37척에서 32척으로 10% 이상 감소하고 한 척당 실을 수 있는 컨테이너 수도 제한된 결과다.
ACP는 16일 운행 제한 조치를 다음 달 2일까지 연장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이에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소비재 가격에 상승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아시아와 미국을 오가는 선사들은 줄어든 적재량을 상쇄하기 위해 줄줄이 운임 가격을 인상했다. 닛케이는 “이달 중순 기준 중국 상하이~미국 동부 항로의 운임료가 3월 말 대비 50% 가까이 상승했다”며 비용 상승의 최대 요인은 파나마운하의 통행 제한에 있다고 진단했다. 로이터통신도 “동북아에서 미국 동부로 이동하는 컨테이너의 약 40%가 파나마운하를 경유한다”며 향후 수수료가 추가 부과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밖에 ‘서유럽 내륙 운송의 심장’인 독일 라인강도 몇 달째 가뭄에 시달리며 유럽 경제의 위험 변수로 떠올랐다. 라인강의 주요 측정 지점인 ‘카웁’의 평균 수위는 6월 기준 220~320㎝였지만 올해는 135㎝ 밑으로 떨어졌다. 이에 곡물·광물·석탄 및 석유제품 기업들이 물류난과 생산 차질에 직면한 상황이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 운송 문제는 물론 수확 규모 자체도 직격탄을 맞아 가격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일례로 세계 최대의 양파 수출국인 인도는 연말까지 양파 수출분에 관세 40%를 도입한다고 19일 밝혔다. 최근 몇 달 간 집중호우와 엘니뇨 등으로 국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문제에 직면한 데 따른 대책이다. 인도는 지난달에도 작황을 이유로 일부 쌀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해 국제 쌀 가격을 끌어올린 바 있다. 이 밖에 올리브유도 대표적인 ‘식량 인플레이션’ 품목으로 꼽힌다.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스페인산 올리브유 가격은 1㎏당 5.75유로로 전년 대비 60%나 급등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한 올리브유 가격지수도 3월에 톤당 5989.7달러를 기록하며 1997년 26년래 최고치를 돌파한 바 있다. 한편 식량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농업주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농작물 생산 기업의 수익률을 추적하는 지수가 지난달부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를 약 3% 상회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그 배경으로 보호무역주의의 확산과 이상기후 등을 지목했다.
물 부족 현상이 점점 인플레이션에 결정적 요인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세계자원연구소(WRI)는 최근 보고서에서 “물 부족 사태 심화는 식량안보는 물론 전 세계 경제성장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도 “기후 변동성이 커지며 식량 가격은 지난 수십 년에 비해 훨씬 빠르게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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