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레모에 앞치마를 걸친 두 중장년이 손님을 맞이한다. 이곳은 65세 이상 중장년 바리스타가 일하는 카페다. 라이프점프는 지난 17일 이곳에서 현직 바리스타들을 만나 바리스타 일의 이모저모를 들었다.
삶의 활력을 가져다줘
A씨는 3년 차 바리스타다. 교회의 카페에서 커피 내리는 봉사를 하던 그는 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카페에 지원해 면접을 보러 갔다. 당시 8명을 뽑았는데 눈대중으로만 봐도 “40명은 면접을 보러 온 것 같다”고 A씨는 기억했다. 이전에는 어떤 일을 했었는지와 경험은 있는지 등 면접관의 질문에 꼼꼼히 답했다. 그는 쟁쟁한 경쟁을 뚫고 2021년 시니어 카페 일자리에 합격했다. 바리스타 자격증이 필수가 아니었지만 일을 더 잘하고자 하는 욕심에 민간 자격증도 취득했다. “두 달 공부했어요. 어렵지 않더라고요. 학원에서 시키는 대로만 했어요. 여기서 일하는 중장년 대부분은 필수가 아닌데도 자격증을 갖고 있어요.”
B씨는 두 달차 신입 바리스타다. 그는 이 일을 통해 평생소원이던 ‘카페에서 일하는 꿈’을 이뤘다. “원래는 내 카페를 가지고 싶었어요. 근데 창업은 경쟁이 워낙 심하잖아요. 이렇게라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이들은 일을 하고 나서 일상에 활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커피를 내리는 일도, 손님을 만나는 일도 즐겁기만 하다. “집에만 있으면 꾀죄죄하게 있잖아요. 화장하고 밖에 나올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아요”라고 덧붙였다.
손님 대하는 센스 없으면 힘들어
바리스타가 향긋한 커피 향을 맡으면서, 여유롭게 손님을 응대하기만 하면 되는 일일까. C씨는 2019년 부산 남구 대연동에서 은퇴한 남편과 취준생이었던 딸과 합심해 카페를 창업했다. 그는 바리스타가 되면 어떤 손님을 만나도 웃으며 넘기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바리스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커피를 내리는 건 기본에 각양각색의 손님을 응대하는 ‘센스’, 속상한 일도 참고 넘어가는 ‘정신 수양’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게에 중년이 있으면 주 손님도 중년이에요. 선결제인데, 자리에 앉아서 ‘커피 한 잔’ 외치는 분도 있어요. 그러면 자리에 쫓아가 어떤 메뉴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카드도 받아오는 거죠.”
마담으로 불러 당혹스러웠던 경우도 있다. 하지만 “카페를 이용하는 문화가 다를 뿐”이라며 “일일이 대응하면 싸움만 될 뿐이라 그저 웃고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트렌드가 빨리 바뀌는 탓에 메뉴도 고민해야 하고, 사진을 보면서 이쁘게 장식하는 법도 익혀야 하는데 중년에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도 말했다. 상상과는 일이 달랐고, 코로나19로 운영도 어려워졌다. 버티다 결국 지난해 폐업했다.
경험 있고, 바리스타 자격증 따도 일자리 적어
일자리 기회는 어떨까.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고, 일한 경험이 있어도 중장년이 카페에 취업하기는 어려워요”라고 A와 B씨가 입 모아 말했다. 카페 주 이용층과 아르바이트생 대부분이 20~30대인 만큼 비슷한 나이대를 선호해 중장년 바리스타를 뽑는 카페는 드물다. 지자체에서 복지 개념으로 운영하는 카페에 뽑히거나 창업하지 않으면 일자리가 거의 없는 셈이다.
경제적 이유로 바리스타를 하는 사람은 적긴 하지만 월급도 대부분 최저 시급에 맞춰진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시니어 카페에 뽑혀도 계약은 1년, 다른 중장년에게도 기회가 돌아가야 하기에 하루에 4시간,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는 등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일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 60대 바리스타들의 꿈은 일할 능력이 되는 만큼 더 일하는 것이다. “60대인데 아직 청년 같아요. 절대 노인이라고 할 수 없어요. 마음도 몸도 아직 ‘쌩쌩’하기만 한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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