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다. 의혹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까지 ‘이 대표가 대북 송금에 관여했다’는 취지의 법정 진술을 쏟아내면서 소환 조사 등 검찰 수사에 가속이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검찰청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최근 이 대표를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제3자뇌물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방북을 추진하면서 북한이 요구한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김 전 회장이 대납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대표가 제3자뇌물 혐의로 입건된 것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이어 두 번째다. 제3자뇌물죄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경우에 해당한다. 혐의가 입증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검찰 입건으로 이 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가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날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재판에서는 김 전 회장이 이 대표를 겨냥한 진술을 쏟아냈다. “이 대표가 당시 차기 대권주자로서 당선이 유력했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을 기대하고 (북한 측도) 합의서를 작성해준 것이 맞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가 모든 내용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전달했으며 실제로 이 대표가 직접 전화해 고맙다고 표시한 적도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어 이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해서도 “쌍방울그룹이 경기도를 지원해줬다는 것을 (이 대표가) 다 알고 있다는 취지로 여러 번 언급했다”며 “‘쌍방울그룹의 의지가 (현재 이 대표가) 정치하는 방향과 같다. 자기들이 잘되면 정책으로 돕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은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의 부탁 등을 받아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 당시 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비 300만 달러 등 800만 달러를 경기도 대신 북한에 건넸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은 대북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경기도와 관련이 없다’며 혐의를 계속 부인해왔다. 하지만 최근 “쌍방울에 도지사 방북 협조를 요청한 적 있다”는 취지로 진술 일부를 번복하는 등 입장을 바꿨다. 민주당, 이 전 부지사의 아내와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회유·협박으로 진술을 바꿨느냐를 두고 앞선 재판에서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재판 초기부터 이 전 부지사의 변론을 맡아온 법무법인 해광이 최근 사임계를 제출했다. 앞서 공전되던 재판은 이날 이 전 부지사에 대해 국선변호사가 선임되면서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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