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지역은행 5곳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고금리의 여파가 우려된다는 이유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상승하는 가운데 무디스에 이어 S&P까지 지역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면서 고금리발(發) 경고음이 커지는 분위기다.
2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S&P는 이날 키코퍼레이션과 코메리카뱅크·밸리내셔널뱅코프·UMB파이낸셜코퍼레이션·어소시에이티드뱅코프 등 5개 은행의 등급을 한 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S&P는 “고객 예금을 유치하기 위한 이자율이 높아지고 유동성 문제로 은행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신용등급이 내려간 코메리카뱅크의 경우 지난해 2분기 이후 예금이 140억 달러나 감소했다.
S&P는 또 S&T은행과 리버시티은행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상업용부동산(CRE)에 대한 대출 등 관여 비중이 높다는 이유다.
이날 S&P의 조치는 7일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CRE 대출 관련 리스크 증가 등을 이유로 M&T뱅크·피나클파이낸셜·프로스페리티은행 등 중소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지 약 2주일 만에 나왔다. 이는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이후 불거진 1차 혼란은 수습했지만 근본 원인인 고금리가 여전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는 메시지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들의 미실현 손실 규모가 커지고 예금 유치 비용이 늘어난다. 대출 고객 입장에서도 상환 부담이 커져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진다. S&P는 “자산 건전성에 대한 많은 지표가 여전히 양호해 보이지만 더 높은 금리가 차주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특히 사무실 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은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시중금리는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고 있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34%로 2007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랫동안 높은 금리를 유지한다면 은행의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시장은 24~25일 열리는 잭슨홀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미팅)을 앞두고 연준이 얼마나 오래 고금리를 유지할지 주시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장기국채 수익률의 고공 행진을 용인하는 언급을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매슈 루체티 도이체방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너무 강하기 때문에 연준은 더 높은 국채금리를 환영할 것”이라고 봤다. 잭슨홀에서 이 같은 언급이 나올 경우 추후 금리 인하 시기가 생각만큼 빠르지 않을 수 있다는 매파적 신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연준은 (수익률이라는) 불에 기름을 붓는 매파적 메시지를 피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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