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7월까지 중국의 대(對)러시아 수출이 70% 이상 급증하는 등 중러 경제 관계가 매우 밀접해지고 있다. 서방 진영의 제재를 틈타 중국이 러시아와의 교역 규모를 키우는 것으로 사실상 우크라이나 침공을 간접 지원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중국의 전체 수출은 5% 감소한 반면 대러 수출은 73%나 증가했다. 서방 진영의 제재로 러시아의 교역 시장이 제한되자 중국 기업들이 빈자리를 파고든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이 러시아에 반도체와 자동차·중장비 등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고 수출 길이 막힌 원유와 가스를 사들이면서 러시아가 경제를 지탱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러시아 경제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핀란드은행 산하 신흥국경제연구소는 최근 러시아 수입액의 45~50%를 중국이 차지한다고 추산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 25% 수준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 중국의 대러 수출 실적이 두드러진다. 중국이 올해 일본을 제치고 역대 최초로 세계 최다 자동차 수출국이 된 것은 러시아에 대한 수출 급증 때문이다. 데이터 제공 업체 CEIC가 집계한 세관 수치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상반기 대러 자동차 수출은 총 34만 1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배에 달한다. 이에 중국의 자동차 수출 물량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3.7%에서 올 상반기 11.4%로 늘었다.
러시아 자동차 연구기관 아우토스타트는 러시아 내 판매 상위 10개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6개가 중국산이라고 전했다. 영국 경제 조사 기관 판테온거시경제연구소의 덩컨 리글리 중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대러 자동차 수출이 이렇게 급증하지 않았다면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떠오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에서는 중국이 군사용으로 전용 가능한 제품들까지 대거 수출해 러시아의 전쟁을 돕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 들어 7월까지 중국의 대러 굴착기 수출은 3배, 불도저 수출은 2배가 늘었는데 이는 군수용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조지프 웹스터 선임펠로는 “우연이 아니다”라며 “중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러시아의 참호 건설을 도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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