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균용(61·사법연수원 16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보수 성향의 소신파로 무너진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이끌 적임자로 꼽힌다. 이 후보자 지명으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친노동·편향 판결을 잇따라 내놓으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사법부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찾아올 예정이다. 대법원 내 보수 색채도 한층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 중앙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이 부장판사는 1990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임관해 전국 법원을 거친 뒤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방법원장, 대전고법원장 등 여러 핵심 보직을 두루 지냈다. 1994년과 2002년 일본 게이오대에 두 차례 교육 파견을 다녀온 뒤로는 일본 법조인들과 꾸준히 관계를 유지하면서 법원 내 ‘일본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는 보수 엘리트 판사 모임으로 분류되는 민사판례연구회에서 활동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용훈 전 대법원장 등이 이곳 출신이다. 그만큼 김 대법원장과는 여러 면에서 대척점에 선 인물로 평가된다.
이 부장판사는 자기주장이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 국정감사에서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에 대해 “법관은 실제로 공정해야 하고 또 공정하게 보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2021년 대전고법원장 취임사에서 ‘거짓말 해명’ 논란에 휩싸인 김 대법원장을 겨냥해 “법원을 둘러싼 작금의 현실은 재판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져내려 뿌리부터 흔들리는 참담한 상황”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재판에서는 2013년 배우 신은경 씨와 병원의 민사 분쟁에서 연예인의 퍼블리시티권(초상사용권)을 인정하는 실무상 기준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투레트증후군(틱 장애)을 앓는 장애인의 장애인 등록을 거부한 행정처분이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이를 취소하면서 2016년 ‘장애인 인권 디딤돌 판결’로 선정됐다. 2021년 ‘정운호 게이트’ 관련 검찰 수사 기록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부장판사에게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하는 등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도 소신을 밀어붙인 판결을 잇따라 내놓았다.
단점으로는 대법관 경험 없이 사법행정 전반을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다. 대법원장은 3000여 명의 법관 인사권과 대법관 3명에 대한 임명제청권, 대법원 전원합의체 진행(재판장)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만큼 대법관으로의 실무 경험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대 대법원장 14명 가운데 대법관을 거치지 않은 인물은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과 김명수 대법원장 등 3명에 불과하다. 다만 이 부장판사가 전국 법원에서 오랜 기간 재판을 진행했고 두 차례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법원장을 지낸 경험도 있어 대법원장이라는 직책을 수행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대통령실 역시 “주요 법원 기관장을 거쳐 행정 능력도 검증됐다. 그간의 재판 경험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원칙과 정의·상식에 기반해 사법부를 이끌어나갈 대법원장으로 적임자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법대 1년 선후배 사이인 윤석열 대통령과 별다른 친분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사법부는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정치 편향 판결 논란이 계속되면서 사법부의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고법 부장 승진제도 폐지, 법원장 추천제 등 ‘김명수표’ 인사 개혁 이후 매년 발생하는 무더기 법관 이탈과 이에 따른 재판 지연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대법관 구성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현재 13명의 대법관 중 중도·보수 성향은 7명, 김 대법원장을 포함한 진보 성향은 6명으로 이 부장판사가 임명될 경우 보수 색채가 한층 짙어진다.
대법원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회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하는 만큼 표결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김 대법원장의 임기는 9월 24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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