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과 살인예고 등 이상동기 범죄가 계속되면서 치안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가 ‘의무경찰제 재검토’를 치안 강화 대책으로 내놓았다. 경찰 치안 업무를 보조했던 의경이 공식적으로 없어진 지 불과 4개월여 만에 다시 ‘의경 재도입’ 카드를 꺼내들면서 경찰력 부족에 대한 ‘뒷북 대책’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총리는 23일 오전 ‘묻지마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담화문’을 발표하고 치안력 강화를 위한 대책의 하나로 의무경찰제 재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 특별치안활동 강화,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 도입, 공중협박·공공장소 흉기소지 등에 대한 처벌 신설,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해 ‘사법입원제’ 도입 추진 등도 대책으로 제시했다. 신림동 흉기난동,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신림동 강간살인 등 이른바 ‘묻지마 범죄’와 지속적인 살인 예고글로 인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대책이다.
한 총리가 제시한 대책 중 ‘의경 재도입’은 의경이 공식적으로 폐지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등장한 방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의경은 도입 후 41년 만인 지난 4월 공식적으로 해단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폐지를 앞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치안 유지 인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해 제기된 바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2만 5911명이었던 의경은 매년 20%씩 꾸준히 줄어 208여명이었던 1142기 의경을 끝으로 현재 해단한 상태다.
의경이 줄어들며 112타격대도 함께 없어진 것도 치안 공백을 키우기도 했다. 112타격대는 간첩의 출현 및 기타 각종 사건·사고와 재해발생, 민생치안 활동상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초동조치와 구조활동을 위하여 경찰기관에 설치한 부대였다.
경찰은 의경 폐지에 대한 대책으로 경찰관 기동대 체제를 확대했으나 치안 공백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의경 폐지에 대비해 5기동단 체제였던 기동대를 2021년 1월 6~7기동단으로 증편하고 현재는 제8기동단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경찰 기동대 1명이 의경 3명의 몫을 해내야 하는 터라 경찰 업무 과중과 치안 공백에 대한 우려는 계속돼왔다. 실제 젊은 경찰관들이 기동대에 파견되면서 올해 3월 기준 서울 지구대·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 1만 223명 가운데 29.7%에 해당하는 3044명이 50대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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