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BRICS) 정상회의가 4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가운데 가입국 확대 여부를 두고 기존 회원국들이 파열음을 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서방을 겨냥해 세 확장을 강력히 주장하고 인도와 남아공이 일부 지지 의사를 밝힌 한편 브라질은 유보적 입장을 드러냈다.
23일(현지 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브릭스 정상회의 전체회의에서 “더 많은 국가들이 브릭스에 합류해야 한다”며 “브릭스 국가들은 디커플링과 경제적 강압에 반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시 주석은 왕원타오 상무부장이 대독한 연설에서 “어떤 나라가 패권적 지위를 잃지 않기 위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사실상 미국을 비난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전 녹화한 연설에서 “탈(脫)달러화 흐름은 되돌릴 수 없다”며 “브릭스가 주요 7개국(G7)보다 경제적으로 강력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곡물과 비료 등에 대한 서방의 제재를 비난하면서 아프리카 6개국에 대규모 곡물을 무상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은 자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브릭스) 확장을 선호하고 고립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장기전을 위한 새로운 동맹을 필요로 한다”고 평가했다.
이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인도는 브릭스의 회원국 확대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동의에 기반한 진전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브릭스의 외연 확장에 찬성하지만 기존 회원국 간 합의를 조건으로 제시한 셈이다. 서방의 공급망 탈(脫)중국으로 혜택을 본 인도는 앞서 중국의 자리를 노리겠다는 야심 역시 드러냈다. 전날 모디 총리는 ‘탄력적(resilient) 공급망’ 형성을 강조했는데 더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이는 미국·일본·호주 등이 주도하고 인도가 참여한 공급망 전략을 의미한다”며 “제조업의 중국 의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완곡히 표현한 것”이라고 전했다. 남아공 역시 회원국 확대를 지지하면서도 G7 같은 서방에 대항하기 위해 블록을 구축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브라질은 중국·러시아와 입장을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브릭스는 G7이나 주요 20개국(G20)의 대항마가 아니다”라며 “미국과 경쟁 체제를 구축하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전날 연설에서 “대통령으로 다시 취임한 후 미국·유럽연합(EU)과 관계를 회복했다”며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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