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에 평(3.3㎡) 당 평균 분양가가 1억 3000만 원에 달하는 하이엔드 주택 220여 가구가 들어선다. 한 가구 당 53~117억 원 수준으로 이제까지 분양 시장에 나온 아파트 중 최고가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연내 착공에 들어가 분양을 시작할 예정이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는 ‘어퍼하우스헌인’은 올 연말께 착공을 앞두고 85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으로 다음달 21일 브리지 대출이 만기되면 3년짜리 본 PF로 전환할 계획이다.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은 서초구 내곡동 374번지 일원 13만2523㎡(약 4만 평)에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식당과 라운지, 사우나 등이 갖춰진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아직 일부 부지의 명도(명의 이전)가 마무리되지 않았으나 기존 토지 매입을 위해 실행한 브리지 대출 만기가 다음달인 만큼 본PF 조달을 서두르기로 했다. 사업이 환지 방식으로 이뤄지는 도시개발사업인 만큼 시행사는 보상금을 공탁하고 연말까지 모든 사업 부지를 확보할 계획이다. 아직 환지 받지 못한 부지는 약 7700평, 사업지의 약 20% 규모에 이른다.
전체 부지 중 6만3440㎡(약 2만 평) 규모에 들어서는 공동주택 시공은 롯데건설이 맡는다. 단지명은 롯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붙인 '르엘 어퍼하우스'로 잠정 결정했다. 지하 3층~3층, 25개 동, 총 222세대 규모로 최소 전용 119.1㎡(36평)에서 최대 273.7㎡(82.8평)까지 다양한 타입을 선보일 예정이다. 가장 많은 세대는 전용 221.1㎡로 총 47가구가 들어선다. 뒤이어 △240.9㎡ 29가구 △270.4㎡ 25가구 △119.1㎡ 24가구 △159㎡ 23가구 △244.2㎡ 21가구 등이다.
잠정 분양가는 가장 작은 평수인 119.1㎡의 경우 3.3㎡ 당 약 1억 2000만 원 수준인 53억 원 안팎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가장 비싼 곳은 8가구 분양되는 270.4㎡로 분양가는 117억 50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3.3㎡ 당 1억 5000만 원 수준이다. 이제까지 분양 시장에 나온 아파트 중 최고가지만 대표적인 하이엔드 주택으로 꼽히는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 한남'과 '한남더힐'이 올해 평 당 약 1억 4000만~1억 5000만 원 선에서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크게 높지 않다는 평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분양가는 높지만 이같은 하이엔드 주택은 시세 대비 차익을 내는 상품이 아니다"라며 "특히 헌인마을은 많은 사람들에게 선호되는 입지기 때문에 한정된 하이엔드 주택 수요 가운데서도 인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늦어도 내년 3월까지 착공에 들어가 2027년 1월까지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222세대 모두 일반분양 되며 현재 사전 청약률은 약 40%다. 착공 시점에 맞춰 이르면 연내 분양을 시작한다.
다만 최근 PF시장에서 자금을 구하기 어려워진 점은 변수다. 금리와 공사비 인상 여파로 부동산 개발 여건이 악화돼 PF대출 연체율이 급증하자 많은 금융사가 신규 대출건에 고삐를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행사는 총 8500억 원의 조달금액을 선순위 6500억 원, 후순위 2000억 원으로 나눠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의 부동산금융 담당 임원은 "대형 증권사가 금융주선에 나선 만큼 자금 조달이 안되진 않겠지만 금리가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전했다.
1960년대 나환자촌으로 조성된 헌인마을은 인근 구룡마을, 개미마을 등과 함께 강남권의 대표적 무허가 판자촌으로 꼽히던 곳이다. 1996년 헌인도시개발사업 추진위원회가 결성된 후 시행사 부도로 한 동안 사업에 진척이 없었지만 2019년 NPL(부실채권)로 나온 사업지를 미래에셋과 NH투자증권이 사들이면서 사업이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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