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정부가 23일 당정협의회를 열어 경제 활력 제고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미래 준비 투자 등에 중점을 두고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연구개발(R&D) 투자를 성과 창출형·도전형으로 전환해 국가전략기술을 확보하도록 하고 첨단산업 투자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은 재정 건전성을 지키되 약자 복지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예산안을 짤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정은 이날 “허리띠를 졸라 매겠다”고 다짐했지만 협의 내용을 보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재정 건전화 의지가 약해진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당정은 인천발(發) KTX,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조기 개통 등에 필요한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부산 가덕도신공항, 충남 서산공항,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비용 등도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기로 했다. 주민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필요한 인프라 사업들도 있지만 일부는 지역민의 표심을 얻기 위한 개발 사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수백억 원씩 예산을 들여 건설해놓고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지방 공항·경전철 등과 유사한 사례들이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여야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본소득과 기본대출 등 ‘기본 시리즈’를 다시 꺼냈다. 민주당은 3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고집하는 한편 기초연금 40만 원으로 인상, 대학생 무이자 대출 등 선심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6월 말 기준 83조 원에 달했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21~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6.4%가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취약 계층을 위한 지원과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위한 예산은 충분히 써야 하지만 표를 얻기 위한 현금 살포는 재정을 악화시키고 미래 세대에 빚더미를 떠넘기게 된다. 이제는 사탕발림 공약 경쟁에서 벗어나 반도체·배터리·미래차·바이오·방산 등 첨단전략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예산을 효율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국회는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성장 동력 점화와 경제 활성화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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