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4일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며 올 2월 이후 5번 연속 동결을 결정했다. 미국의 긴축 정책 지속과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라는 주요 2개국(G2)발 리스크가 한꺼번에 덮치면서 금리 인상도, 인하도 어려운 처지에 내몰린 것이다. 한은으로서는 한미 간 사상 최대 기준금리 격차, 가계 부채 등의 문제만 놓고 보면 기준금리를 당장 올려야 한다. 국내 금융시장은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원·달러 환율이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또 ‘빚투(빚 내서 투자)’ 수요가 늘면서 2분기 가계 대출은 전 분기보다 10조 1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하지만 금리를 올리면 수출과 수입, 투자·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가 부진한 상황에서 경기 하방 위험을 더 키울 수 있다. 또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 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더 부실해질 수 있다. 최대 위험은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글로벌 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이다. 한은은 이번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유지했다. 반면 내년 성장률은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기존의 2.3%에서 2.2%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특히 중국 경제 성장률이 올해 4.5%, 내년 4.0%로 떨어질 경우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올해 1.2~1.3%, 내년 1.9~2.0%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올 1~7월과 같은 대(對)중국 수출 감소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1.2%포인트 낮추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차이나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우리 경제가 하반기에 개선되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이기는커녕 2년 연속 1%대 성장률로 추락하며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 지난 20년간 중국발 특수에 취해 구조 개혁을 등한시하다 부메랑을 맞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규제 혁파와 초격차 기술 확보, 노동·교육 등 사회 전반의 구조 개혁을 서둘러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견·중소기업을 지원해 충격을 최소화하되 중장기적으로 대중국 교역 의존도를 줄이고 수출 시장과 품목을 다변화해야 할 것이다. 또 금융 당국은 외환시장 불안, 가계 부채 등 리스크 요인을 모니터링해 선제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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